[부서지고 떠나, 공포만 남은 급식실·(4)] 일선 학교 시설개선 업무 떠안아
예산서 교육청 보내면 돈 받는 구조
책임 주체 불명확 변화 느린 원인
급식실 내 전기기구를 확대하는 목적으로 지난해 증액된 경기도교육청 예산 대부분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용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1월10일자 1면 보도), 일선 학교가 개선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기구교체가 늦어지는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의 급식실 시설 개선은 학교가 직접 업체 등을 불러 견적을 받고 교육청으로 관련 견적서를 올려보내면 교육청이 다시 예산을 내려보내는 구조로 이뤄진다.
급식실 내 조리기구를 교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급식실을 책임지는 영양사 등이 관련 업체를 통해 기구비뿐만이 아니라 가스, 전기 등 설비 관련 견적서를 직접 받은 뒤 예산서를 교육청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선 학교가 시설 개선 업무를 떠안고 있는 점은 급식실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전문가인 영양사와 행정실장 등이 책임을 온전히 떠안는 탓이 결정적이다.
특히 지난해 도의회에서 1천50억원의 예산을 증액한 목적이었던 '인덕션 및 자동화기구'의 경우, 급식실 노동자들의 폐암 확진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새롭게 개발된 항목이란 점에서 제품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팽배하다.
학교 사안 결재권자인 교장들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니 학내 구성원 누구도 나서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도내 한 교장은 "급식실 시설개선을 하고 싶어도 영양사들이 직접 견적을 받아야 하는 탓에 업무부담을 느껴 공문이 내려온 사실을 말하지 않거나 조리사들이 제품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예산편성을 넘어 최소한 제품별로 비교해 놓은 가이드라인을 보내거나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교육청에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개별 학교에서 사용하는 조리기구는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해서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특정 제품을 사용하라고 내려보내는 건 어렵다"면서도 "학교가 어려움을 겪는 걸 알아 올해부터는 기기전시회나 우수기계 설치사례 발표 등 기구를 홍보하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