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관 방문전 정비센터 찾아가
"터보차저 문제인걸로 응대하라"
센터 대표가 고발… 경찰 수사중
만트럭 "기술적 내용 설명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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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만트럭버스코리아주식회사 지정 공식 서비스(정비)센터 전경. /김준석기자joonsk@kyeongin.com

"조만간 현장조사 나올텐데 오일 세퍼레이터 결함인 게 알려지면 곤란하다."(2020년 7월 초)

"본사 지침이다. 오일 세퍼레이터는 엔진 결함이 될 수 없으니 터보차저 문제인 걸로 연구원에 응대하면 된다."(〃 7월 8일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관이 정비센터에 도착하기 전)

이는 만트럭버스코리아주식회사(이하 만트럭) 본사 직원이 당시 자사 덤프트럭의 제작결함 현장조사를 위해 방문할 자동차안전연구원(이하 연구원) 조사관보다 먼저 정비센터를 찾아가 정비 책임자 등에게 제작결함 은폐를 종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대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7월 8일은 인천의 한 만트럭 정비센터에 연구원 조사관들이 방문해 그곳에 이미 엔진 깨짐 및 오일 세퍼레이터 결함 증상으로 입고돼 있던 한 만트럭 덤프트럭의 제작결함 현장조사를 진행한 날이었다. 연구원은 국토교통부 산하에서 차량·건설기계의 제작결함 조사를 전담한다.

이날 이후 해당 덤프트럭 담당 정비사, 정비센터 정비 책임자 및 기술 담당자 등이 당일 현장에서의 일에 대해 작성해 둔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담당 정비사는 그날 덤프트럭이 세워진 정비센터 1층을 찾아와 결함 원인을 묻는 연구원 조사관에 "오일 세퍼레이터는 고착 때문에 불량"이라고 말했다.

그 시각 정비 책임자와 기술 담당자 등 다른 정비센터 직원 3명은 먼저 도착한 만트럭 직원 2명에 의해 정비센터 회의실로 이동해 이들로부터 "오일 세퍼레이터 문제로 알려지면 후폭풍 심하니, 본사에서 회의된 대로 터보차저 결함이라고 하라. 다른 직원에게도 전해라"는 취지로 현장조사에 대응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개별 면담 이후엔 정비센터 1층으로 다함께 내려가던 중 이미 담당 정비사와 연구원 조사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한 만트럭 본사 직원이 한 정비센터 직원에게 "빨리 가서 직원을 떼어 놓으라"고도 했다는 게 당사자들의 공통된 당시 진술이다.

이에 해당 정비센터 대표 A씨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만트럭 측의 결함은폐 의혹을 수사기관에 고발했으며 경찰이 이를 수사 중인 걸로 알려졌다.

만트럭 측은 제작결함 등을 은폐하려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만트럭 관계자는 "정비센터 정비사보다는 기술적 내용을 더 잘 아는 본사 직원이 설명하겠다고 내부 협의했을 뿐 연구원의 조사를 방해하거나 은폐한 사실은 없다"며 "이듬해인 2021년 오일 세퍼레이터 문제까지 포함한 올인원 리콜을 발표한 점만 봐도 은폐할 동기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