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 언론사가 제작한 '5·18 특별판' 인쇄물이 인천광역시의회 의원실에 일제히 배포됐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던 허식 시의회 의장이 비서실에 지시해 뿌려진 신문 형식의 이 인쇄물은 1면에 당시 광주 현장 사진과 함께 '5·18은 DJ 세력·北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커다란 제목을 달았다. 모두 40면에 달하는 인쇄물 뭉치를 집어 든 의원들은 여야 없이 아연실색했다. '가짜 판치는 5·18 유공자', '5·18은 북이 민중봉기로 조작한 대남공작' 등의 제목을 내건 각 지면마다 확인되고 검증된 사실까지 부정하는 내용들로 빼곡했다. 당장 여론이 들끓었다. 진실을 왜곡하고 폄훼했다며 규탄의 소리가 높아졌다. 의원직 사퇴 요구와 고발이 잇따랐다.

잠시 거리를 두는 듯했던 인천시의회 다수당이자 허 의장의 직전 소속당인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주말인 13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가졌다. 그리고 의장 불신임 안건을 상정하기로 만장일치 의견을 모았다. 여론도 의식했겠지만 무엇보다 당의 방향 키를 새로 움켜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엄정하고 신속한 대응을 지시한 영향이 컸을 것이다. 내일 인천 첫 방문이 예정돼 있는 한 위원장으로선 방문 효과를 감쇄시킬 수 있는 논란거리를 사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음직하다. 지방자치법상 의장과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 의결은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면 가능하다. 의원총회가 끝난 뒤 원내부대표가 "전체 의원이 하나로 의견을 모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허 의장의 해임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

사안은 이렇게 종결의 방향을 잡았으나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인천시민의 몫이다. 국회의 위상과 국회의원들의 자질은 국격(國格)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같은 논리로 지방의회와 지방의원들은 당해 지자체의 수준과 그 지역 주민의 품격을 나타내는 잣대가 될 수 있다. 300만 인천시민의 뜻으로 선출된 40명의 시의원들, 그중에서도 집단을 대표할 만한 자격이 있다며 여야 합의로 내세운 의회 의장의 이렇듯 몰역사적인 행위로 인천시의 수준과 인천시민의 품격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면 과장인가. 더군다나 소신을 따랐다고 해도 인식의 오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판에 동료 의원들의 부탁 때문이었다는 변명은 낯 뜨겁다. 불신임 의결까지 가는 것 자체가 시민의 부끄러움을 더 키우는 일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