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웹툰 작가 주호민씨.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폐성 장애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재판에서 주씨 측이 몰래 확보한 녹취록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특수교사 A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1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열린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 공판에서 검찰과 A씨 측 변호인은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의 위법성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이는 최근 대법원이 다른 사건을 심리하면서 수업 중 녹음된 학생과 교사 간 녹취록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영향이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지난 11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교사 B씨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했다.

검찰은 “최근 대법원 판례와 이 사건의 차이점은 피해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 아동으로 자신이 경험한 피해사실을 스스로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본 외에는 스스로 방어할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렵다”며 “장애아동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볼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이수명령,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A씨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처럼 본 사건도 녹음기를 몰래 넣어 녹음한 것이고 다른 증거들도 녹음파일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유죄로 근거삼을 증거는 전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A씨도 최후진술에서 “제가 애정으로 가르친 장애 학생의 학대 피고인이 된 사실이 너무 슬프고 힘들다. 부디 저와 피해 아동이 그동안 신뢰를 쌓고 노력한 과정을 고려해 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무죄를 요청했다.

주씨 측 변호인은 “그 어떤 부모가 즐거운 마음으로 녹음기를 넣는가. 조금이라도 아픔 공감한다면 다른 대안이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아동학대 혐의가 쟁점이지만 전체적인 장애아동 교육환경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론했다.

한편 A씨는 수업 중 주씨 자녀에게 “진짜 밉상이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냐”,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선고기일은 오는 2월 1일이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