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섰을 때, 눈앞에 먼저 보이는 건 열악한 보도환경이었다. 비장애인은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보도의 턱 높이와 넓이지만 교통약자에겐 '태산' 같았다. 간신히 정류장에 도착해도 좁은 대기공간은 그를 정류장 밖으로 내몰았고, 높은 연석은 저상버스 경사판 설치조차 어렵게 했다.
경기도 이동편의시설 기술지원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교통약자 이동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노선버스정류장 중 일부인 7천7개소의 이동편의시설 종합적합도는 65.1%를 기록했다. 교통약자의 편리한 버스정류장 이용을 위한 정류장 및 접근 보도의 이용편의시설(정류장 회전 반경·턱 높이·점자블록 등) 중 34.9%는 부적합했다.
1%의 변수에도 외출을 주저하는 교통약자들에게 34.9%의 변수는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을 배제시키기에 충분했다. 미흡한 이동편의시설이 교통약자도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약자법은 교통약자 또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시설 종합적합도가 100%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34.9%의 변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건 누군가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우리가 모두 나서야 할 때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