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4월 총선의 정치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원 정수 300명이 적정한지 줄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답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의원 정수 감축은 앞서 제시했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지역의 보궐선거 무공천에 이은 한 위원장의 네 번째 정치공약이다.
그런데 정치공약의 순서로는 뒷줄이지만 그 무게는 사뭇 다르다. 이후 어떤 정치공약이 또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내용 면에선 정치공약의 최종판이나 마찬가지다. 의원 정수 감축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관심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감축뿐 아니라 확대 논의까지 포함하면 매번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면서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밥상을 차려보지 못한 채 엎어지기 일쑤였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3월 김진표 국회의장이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50석 늘려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350석으로 하자는 선거제 개편안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했다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다. 한 달 뒤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 10%(30명) 감축을 골자로 한 정치 쇄신안을 꺼내 들었으나 국면 전환용이라는 야당의 비판 속에 공식 테이블엔 오르지도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의원 정수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지만 그 방향과 내용에 대해선 여야 견해 차이가 큰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위원장은 의원 정수 감축에 긍정적인 국민 정서를 배경으로 이를 공약화했다. 국회의 위상과 역할에 회의적인 국민 정서와 여론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음으로써 총선의 지형을 바꿔놓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반대편에는 언제나 포퓰리즘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마련이다. 지금껏 여야가 서 있는 자리가 바뀔 때마다 건강한 정책으로 둔갑한 포퓰리즘을 놓고 우격다짐하는 장면도 익히 봐왔던 바다. 한 위원장의 공약 역시 국민 정서의 반영과 대중영합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균형을 잃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