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독법’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출간

신흥동·송림동 잃어버린 주택 아쉬워

집 오래될수록 인기 얻는 일본과 비교

구도심 역사·경관 보존 필요성 강조

로버트 파우저
언어학자인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부교수가 지난 17일 오후 인천 동구 배다리에 있는 책방 ‘나비날다’에서 열린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와 ‘도시독법’ 북 콘서트에서 인천 구도심의 가치와 도시 역사 보존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4.01.17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로버트 파우저(63) 전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부교수는 한국, 일본을 포함한 여러 대륙의 수많은 도시에서 머문 ‘각국 도시 생활자’이자 ‘도시 탐구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는 한국어는 물론 북미 선주민 언어까지 10여 개 언어에 능통한 언어학자이기도 하다.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가 최근 쓴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혜화1117)와 2019년 출간한 책에 인천과 부산에 관한 장을 추가하고 새로 제목을 단 ‘도시독법’(혜화1117) 북콘서트가 지난 17일 오후 인천 동구 배다리 책방 ‘나비날다’에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주최로 열렸다.

배다리를 비롯한 인천 구도심을 꾸준히 찾았던 파우저 전 교수는 ‘도시독법’에서 인천에 관한 장을 새로 쓰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린 중구 율목동 집에서 2주 동안 지냈다. 그는 인천 중구·동구 구도심과 역사 유적은 물론 전통 건축물이 잘 보존되고 있는 일본 교토를 비교했다.

파우저 전 교수는 “지금은 철거된 중구 신흥동 일대 일본식 가옥 라인 중에 제가 교토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집과 비슷한 집이 있었다”며 “(철거된 신흥동) 집이 사람이 살 수 없어서 재개발된 것이라면 교토에서도 살 수 없었어야 하는데, 교토에선 그러한 분위기의 집들은 오히려 유명한 파티 장소”라고 말했다.

인구 150만명 규모의 교토는 역사 보존 차원에서 골목 안쪽 집들을 다시 지을 수 없다. 외형은 오래된 전통 건축물이지만, 내부 시설은 현대화 돼 있는 게 교토의 집들이다.

동서양 각국 도시에서 두루 지내 본 파우저 전 교수에게도 인천은 흥미로운 동네가 많았다. 그는 “동구 송림동에도 (재개발로 철거되기 전에) 괜찮은 집이 많았고, 상태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며 “인천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1년 또는 2년 만에 재개발로 없어지거나 철거 직전의 유령동네가 생기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파우저 전 교수는 ‘도시독법’에서도 “송림동의 철거는 인천에 뚜렷하게 남은 ‘한국인의 역사’를 없애는 것처럼 보여 늘 안타까웠다”며 “청나라 조계지였던 차이나타운이나 일본 조계지였던 근대 거리의 보존을 위해 지자체가 앞장서는 데 비해 ‘한국인의 역사’가 깃든 곳을 이렇게 쉽게 없애는 것은 여러모로 아쉽다”고 지적했다.

파우저 전 교수의 신작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는 세계 각국의 역사적 경관 보존에 대한 원동력으로 종교, 국가, 민족주의, 애국주의, 애향심 등을 꼽으며 그 사례와 이유를 분석했다. 한국의 역사적 경관을 보존한 사례들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으로 ‘테마파크화’ 된 부작용을 짚으며 “지난날의 영화를 기념하기보다 주어진 어려움과 한계 속에서 열심히 살았던 이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삶을 기념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