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與 비대위체제 '위기'

대통령실, 김경율 '사천' 우려 표명
'김여사 사과 제기' 제지안해 실망
용산, 사퇴요구에… 韓, 즉각 거부
당무개입에 "내가 평가 안하겠다"
정치권 "한동안 이어질 것" 전망


출근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1.22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한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의 당무개입'이 표면에 노출되면서다. 표면상으로는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응 문제에 대한 이견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한 위원장은 마이웨이를 천명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균열에 '긴장'과 동시에 대통령실 당무 개입을 맹공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21일)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명분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공천 논란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김 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식 발표했는데 이후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사천(사적 공천)'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 위원장의 마이웨이식 행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우려를 표한 셈인데, 당내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언급한 문제가 사퇴 요구의 본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김경율 위원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해왔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사과 필요성이 일자, 김 위원을 제지하지 않는 한 위원장을 향한 대통령실의 실망이 표출된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의 사퇴 요구에 한 위원장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위원장은 공보실을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를 만나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부족하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다. 선민후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과 관련해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며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현 시점에서 불거진 사퇴 요구 및 갈등 상황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물론 제3지대 신당 등 정치권 모두는 국민의힘의 현 이슈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친윤과 비윤 간의 격돌이 이어져 취임 후 처음으로 정치적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관측과, 총선을 앞두고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번지지 않게 어떻게든 조기 수습할 것이라는 양측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한 위원장 입장에선 이번 사안으로 '윤석열의 남자' 등의 프레임을 지우고 당내 입지를 세우느냐 못세우느냐도 걸린 문제여서 쉽게 용산과의 대립각을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다른 국민의힘 중진의 한 의원은 "용산의 지지를 받고 단숨에 당의 리더 자리에 오른 사람이 총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서 모두 다 죽자는 식으로 이 상황을 오래 끌고 가긴 어렵다"면서 "김기현 대표가 물러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한 위원장과는 어떤 식으로든 물꼬를 터야한다"고 말했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