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본회의 상정 거부 산회 선포
일부 의원 당혹감… 재상정 합의
오늘 본회의서 부의장 주재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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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의회 의장(허식) 불신임의 건이 상정된 23일 오전 인천시의회 본 회의장에서 허식 의장이 땀을 닦고 있다. 2024.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빚은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했다. 인천시의회에서 의장 불신임안이 발의된 건 전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인데, 이 같은 상황에 의장이 본인의 불신임안을 '셀프 거부'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상태가 됐다.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은 23일 열린 제292회 인천시의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천시의회 의장(허식) 불신임의 건'에 대한 상정을 거부하고 산회했다.

한민수(국·남동구5) 의회운영위원장은 지난 18일 의원들과 협의를 거쳐 허식 의장 불신임건을 대표 발의했다. 허식 의장 불신임건은 지난 2일 허식 의장이 '가짜 판치는 5·18 유공자' '5·18은 북이 민중봉기로 조작한 대남공작' 등의 제목을 내건 한 언론사의 5·18 특별판 신문을 시의원들에게 배포한 게 발단이 됐다.

인천시의회는 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경우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허식 의장이 자신의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하고 산회를 선포하면서 의안 처리는 불발됐다.

허식 의장은 불신임안 상정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지방자치법상 의장 불신임은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할 수 있다"며 "(5·18 민주화운동 폄훼 내용이 담긴) 신문 교부 행위는 법령 위반이나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 아닌, 오히려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적극적인 직무수행"이라고 말했다.

허식 의장이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일부 의원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는 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허식 의장 불신임안을 재상정하기로 합의했다. 24일 오전 의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의사일정 변경 협의의 건'을 통과시키고 곧바로 제2차 본회의를 열어 허식 의장 불신임안을 재상정하기로 했다.

24일 제2차 본회의는 국민의힘 이봉락(미추홀구3) 제1부의장이 주재해 허식 의장 불신임안을 상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불신임건의 당사자인 허식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는 행위가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이봉락 부의장이 의사봉을 잡기로 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의장은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관해서는 의사에 참여할 수 없다. 다만 허식 의장은 의회 동의를 얻어 본회의장에서 발언할 수 있다.

허식 의장 불신임안은 시의회 재적 의원 과반수인 21명의 동의를 얻으면 통과된다. 불신임안이 의결되면 의장은 그 직에서 해임된다. 허식 의장은 불신임건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법정 다툼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경우 법원이 시의회의 허식 의장 불신임건 의결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허식 의장이 본인의 불신임건 상정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회창 한국지방정부연구원 원장은 "안건 상정, 가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의회의 권한"이라며 "의장 본인이 자신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그 기회를 차단하는 행위는 매우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