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폄훼’ 내용이 들어간 신문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24일 의장직을 박탈당한 허식(무·동구) 인천시의장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의장직을 상실한 허식 의장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의회는 이봉락 제1부의장(국·미추홀3) 주재로 열린 제29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허식 의장 불신임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허식 의장을 제외한 출석 인원 33명 중 과반 이상인 24명이 찬성해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반대는 7명, 기권은 2명이다.
허식 의장은 신상 발언을 통해 “인천시의회가 개원한 이후 의정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인쇄물 배포로 징계하는 것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과한 표현을 쓴 것은 죄송하다. 남은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시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인천시의회 의장이 불신임안으로 자리를 내려놓은 것은 지난 1991년 시의회 개원 이후 처음이다.
의장직을 상실한 허식 의장이 별도로 법원에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을 내지 않으면, 시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문화복지위원회로 배정돼 나머지 임기를 이어가게 된다.
허식 의장이 가처분 신청에 나설 시 법령 위반 여부를 따져 인용이 결정된다. 앞서 허식 의장은 지난 21일에도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불신임안을 밀어붙일 경우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또 자신의 불신임안이 첫 상정된 23일에는 “지방자치법상 의장 불신임은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할 수 있다. 신문 교부 행위는 법령 위반이나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하고 본회의를 종료했다.
시의회가 허식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할 때 내세운 근거는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의원은 청렴의 의무를 지며, 지방의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5·18민주화특별법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 내용이다.
법조계는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A변호사는 “품위 유지 의무는 위반은 징계 사항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법령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신문 배포 행위가 5·18 특별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법원에서 따져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법원 입장에서 불신임이 맞는지 판단할 여지가 있다면, 가처분 인용이 충분히 날 수 있다”며 “부적절한 정치 행위는 맞지만 신문 배포가 5·18 특별법의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난감한 기색이다.
시의회 민주당 원내대변인 김대영(비례) 의원은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윤리위원회를 열고 징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가처분 자체는 본인의 권리지만, 논란과 시빗거리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민수(남동구5) 의원은 “허식 의장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동료 의원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며 “차기 의장 선출 등도 며칠 지난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