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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국가도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가족돌봄청년을 찾고자 그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별안간 취재에 응해달라는 불청객에게 한 청년이 덤덤한 말투로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했다. 갑자기 중증 지체장애를 갖게 된 어머니를 24시간 돌보기 위해 그는 일을 관뒀다. 그는 언제 이 돌봄이 끝날지 모른다고 했다. 아이는 자랄수록 양육자의 품에서 벗어나지만 부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

다른 청년은 아버지를 잃고 오랫동안 방황했다고 한다. 병환이 깊어져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줄어들수록 늘어나는 병원비를 벌기 위해 그는 더 많이 일했다. 돌봄의 무게가 사라진 자리엔 가족을 잃은 슬픔의 무게가 얹어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일상돌봄서비스는 사회복지사가 가사노동, 돌봄 등을 도와 청년들에게 쉴 틈을 주는 사업이다. 인천에선 연수구, 부평구가 시범 운영했지만 혜택을 본 청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평생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아본 적 없는 가족돌봄청년은 그들을 부르는 명칭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지원사업을 찾아볼 시간도 없다. 안내문자를 보냈으면 좋았겠지만 지자체는 누구에게 안내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현황 파악이 되어 있지 않아서다. 그 와중에 인천시는 실태조사 없이 우선 사업을 9개 군·구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도움책을 마련했으니 알아서 찾아오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인천시는 관련 조례 통과가 늦어 예산을 편성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미 지난해 시범사업의 신청자가 없는 걸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오픈채팅방엔 끼니때마다 '바빠도 우리 밥은 챙겨먹자'는 메시지가 날아온다. 어느 늦은 새벽에는 오랫동안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갈수록 멀어지는 꿈에 대한 아쉬움, 사실 너무 지쳐 다 관두고 싶다는 고백, 그래도 힘을 내보자는 서로를 향한 응원. 지금도 청년들은 돌봄과 간병으로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있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이들의 짐을 하루빨리 덜어줘야 한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