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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 내손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경인일보DB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여야가 25일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 추가 유예 개정안 처리에 실패한 탓이다. 이날 본회의는 중처법 전면 시행의 2년 유예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처법 확대와 관련 서로 상대 탓을 하면서 아무런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시행 준비가 안 된 소규모 사업주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처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이다.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은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2년간 법 적용이 유예됐었다. 하지만 확대 적용시기가 다가오자 정부 여당은 유예 기간을 2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처법 확대 시행과 관련한 여야의 뒤늦은 공방은 무책임했다. 여야가 협상에 실패하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이날 중 개정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면서 무위에 그쳤다.

정부 여당은 중처법을 확대 시행해봐야 준비부족으로 무더기 불법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할 안전관리 전문가들이 절대 부족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안을 만들 시간을 모두 낭비한 채 입법 시한 당일에야 야당측의 무조건 협조를 요구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인과 소상공인의 저항을 야당 압박용으로 활용한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50인 미만 사업장의 집단 반발을 의식해 중처법 개정 협상 자체를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의 압박에 밀려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여당이 개정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독차지하고, 자신들은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반발만 살 뿐이라는 손익계산에 따라 협상 결렬을 불사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 준비가 안 된 법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억울한 범법 행위가 쏟아질 것이다. 이와관련 여야가 중처법 확대 시행을 중단하는 개정법안을 2월 국회에서 합의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만일 사실이라면 중처법 확대 시행의 부당성을 알면서도 여야가 각자의 정략에 따라 손 놓았다는 얘기다. 기가 막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