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동의에 도민 확인 과정 없어
인증 플랫폼 바꾸면 중복집계 가능
경기도 “익명 원칙… 인증 어려워”
#사례1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이모 씨는 경기도에 사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경기도민청원에 동의해달라는 링크를 받았다. 경기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씨는 카카오톡 등 소셜 플랫폼에 로그인한 뒤 간단한 본인 인증 절차만 거쳐 쉽게 동의를 누를 수 있었다.
#사례2 의왕에 사는 30대 남성 박모씨는 최근 경기도민청원에 공감 가는 청원이 있어 네이버로 본인 인증을 하고 동의를 눌렀다. 며칠 후 지인으로부터 같은 청원 링크를 받은 그는 해당 청원이 같은 것인 줄 모르고 동의를 위해 이번엔 카카오톡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동의를 눌렀다. 그러자 해당 청원 시스템은 또 한 번 박씨를 동의 인원으로 집계했다.
최근 경기도의 여러 현안이 경기도민청원(이하 도민청원)에 올라오며 일부 안건들이 많은 지지와 동의 등을 받고 있지만, 청원 시스템의 인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민청원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도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으로, 도의 주요 현안, 정책에 대한 의견을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해당 의견은 30일 동안 온라인에서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1만 명 이상 동의 하면 청원이 성립돼 도지사가 답변해야 한다.
이날 도민청원 목록에는 성립 직전인 9천여명 이상 동의가 진행 중인 청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청원에 동의를 누르기 위해선 소셜 플랫폼에 로그인 후 본인 인증만 하면 간단히 동의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의를 누른 사람이 경기도에 거주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 또한 한 소셜 플랫폼으로 인증해 동의를 누른 뒤 또 다른 소셜 플랫폼으로 인증하면 다시 동의를 누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도민청원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31·여)씨는 “과거에 운영했던 청와대 국민청원도 지속해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한 청원의 신뢰성 문제가 생기면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청원 동의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당장 경기도민 인증 절차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익명 시스템이라 더 자유롭게 도의 현안을 말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존재한다. 중복 집계가 가능한지 몰랐는데, 빠른 시일 내로 대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