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야는 아직도 비례대표제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의 병립형을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야당 일각에서 대두하고 있는 '권역별 병립형'에도 협조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권역별 병립형은 2016년 총선과 같은 병립형으로 하되, 병립형을 권역별로 나누자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호남, 민주당은 대구 경북에서 비례대표를 배출할 수 있는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을 세울 수 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에서는 '현실론'을 이유로 비례대표 47명에게만 정당득표율을 적용하는 병립형 회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또다시 공약후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당내 80명의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더 큰 손해를 본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상태다. 이들은 "비례 몇 석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을 막아야 한다"면서 "지역구 민주당, 비례연합으로 연동형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녹색당 진보당 노동당 정의당 등 군소 정당 및 시민사회계와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지난 21대 총선에서와 같은 위성정당 창당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는 또 하나의 꼼수 정당이 될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민주당이 원칙과 명분보다 의석수 확보에 매달려 비례제 방식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제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병립형에 집착하는 이유는 독자 비례의석을 갖는 편이 준연동형을 통해 군소 정당들과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제3지대 신당을 견제하고자 하는 거대 양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야가 총선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위성정당을 만들어 '꼼수 정당'이라는 문제를 경험했으면서도 이를 보완할 생각을 하지 않다가 선거를 목전에 두고 비례제 배분을 확정하지 못하는 여야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병립형과 연동형 사이에서 의석 확보에만 집착하지 말고 군소 정당을 배려하는 비례대표제를 결정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