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통법 폐지 발표

이통사 마케팅비 감소·환경 변화
"극소수 이득, 대다수 피해 우려"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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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통법(이동통신 단말 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 카드(1월23일자 12면 보도=10년만에 단통법 폐지… '보조금' 날개 돋치나)를 꺼낸 가운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가지원금에 쓰이는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감소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제4 이동통신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단통법 폐지라는 변화를 맞닥뜨린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 생활 규제 개혁'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10월 단통법 도입 이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단통법은 시기·매장·구매자별 차이가 심했던 지원금 규모를 통일시켜 이동통신 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법 시행으로 소비자들의 혜택이 줄었다는 불만이 일었다. 여기에 스마트폰 대중화로 단말기 구매비와 통신비가 국민들의 가계 부담에 미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단통법 폐지를 꺼내들었지만, 업계에선 큰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보조금이 더해지려면 추가지원금이 지금보다 늘어나야 하는데, 정작 해당 지원금의 재원이 될 판매수수료와 판매장려금 등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21년 7조9천500억원, 2022년 7조7천500억원, 지난해 7조6천300억원(추정치)으로 감소세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수단이 보조금 지급 외에도 다변화된데다 휴대전화·인터넷·TV 요금을 결합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이동통신사 이동이 더뎌진 점,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신규 휴대전화 구매 수요가 주춤해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표 참조

10년간 환경이 변화한 탓에, 단통법이 폐지돼도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과하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수원역 지하상가에서 20년 가까이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해온 A씨는 "통신사들은 휴대전화 요금과 인터넷, TV요금을 결합해 할인해주는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바꾸기 어렵게 한다. 또 고물가로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중고 휴대전화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당장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확대하는 대신,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경제팀장은 "단통법이 폐지되면 극소수의 소비자만 이득을 보고 그에 따른 부담은 마케팅비 명목으로 대다수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시지원금 거품 해소, 분리공시제 도입 등 대다수 국민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제4 이동통신사가 탄생하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단통법이 폐지돼도 그 취지에 맞게 이동통신사들이 실제 경쟁에 돌입할지는 미지수인 가운데, 기존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독행기업'이 등장하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 28㎓ 주파수 대역 경매가 속개됐다. 정부가 정한 최소 입찰 금액 이상을 참여업체가 각각 써내고, 그 중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자에 주파수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스테이지엑스컨소시엄, 미래모바일 주축 컨소시엄인 마이모바일의 2파전이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단통법이 폐지돼도 기존 이동통신사들이 다 비슷한 전략을 취한다면 경쟁이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독행기업이 나오면 단통법 폐지에 따라 발생한 경쟁 수단이 활용되는 등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