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중 발생땐 대형참사 될수도…"
도내 1492대 운행중… 기사들 우려
"늘 불안한 마음이 있죠."
30일 오전 10시께 수원북부권버스공영차고지에서 만난 7년 차 버스 운전기사 채모(59)씨는 "주행 중에 불이 났으면 대형참사가 돼버리니까 운행 중에도 불안한 마음은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7일 이곳에 주차돼 있던 전기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해당 버스가 점검 중이었던 덕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차고지를 오가는 버스 운전기사들에게는 불안감이 남았다. 버스 특성상 한 번 불이 나면 진화가 오래 걸리고 차량 전체가 전소되는 등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전기버스 화재는 초기 대응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9년 차 버스 운전기사 조모(53)씨는 "소화기는 있지만 주로 불이 나는 배터리가 천장에 있어 닿지도 않고 잘 꺼지지도 않는다. 불이 나면 문을 다 열고 전원을 내린 채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게 유일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원, 안양 등 경기도 내에서 전기버스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전기차 관련 화재 10건 중 1건이 전기버스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에는 지난해 기준 1천492대의 전기버스가 운행 중이다. 전기버스 화재는 여파가 크고 초기 대응도 마땅치 않은 탓에 버스 운전기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업계에선 전기버스 화재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다. 수원시 내 한 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관계자는 "배터리 부분은 고전압이라 위험해서 여기서는 전원장치를 차단하는 것 이상으로 만질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해당 업체에서 직접 나와 수리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연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버스로 바꾸고 있지만, 업체에서 받아서 사용하는 거고 전문적인 영역이라 정확한 차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보니 화재에 대응할 방안이 달리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화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급속 충전을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급속보다는 완속을 사용하고 80% 정도만 채우는 게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