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우주 구현하려한 후대 작곡가에 영향
쇤베르크 '기대' 여인의 극한 심리상태 표출
악곡 통일 선율적 근거얻는 '12음 기법' 창안

또한 서양음악사에서 거대한 획을 그은 두 작품이 각각 200년과 100년 전에 발표됐다.
루트비히 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Op 125 '합창'은 5번 '운명'과 함께 클래식의 대명사격이다. 이 중 베토벤이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인 9번 4악장엔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환희의 송가' 구절을 가사로 사용한 합창이 등장한다. '합창'이라는 부제를 얻게 된 연유다.
'합창'은 200년 전 대중에 공개됐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은 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자신의 지휘로 첫 선을 보였다.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없던 베토벤은 지휘자로 참여한 앞선 공연들에서 연주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신경을 쓰다가 머뭇거리기 일쑤였고 이는 커다란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주위에선 지휘를 만류했지만, 베토벤은 '합창'의 초연 무대에 오르겠다는 결심을 꺾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단원들은 포디엄에 선 베토벤이 아닌 무대 한쪽에 숨어 있는 또 한 사람의 지휘자 미하엘 움라우프의 지시에 따라 연주했다. 베토벤의 지휘는 문제가 많았지만, 연주회는 성공적이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새로운 교향곡의 출현에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다.
작품은 초연 이후 약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특히 교향곡 5번에서 운명을 극복한 성취는 마지막 교향곡 9번에서 혼돈과 반목을 극복한 인류애의 메시지로 승화한다. 이 작품으로 인해 '교향곡'은 인류애를 노래하는 거대한 표현 수단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 이는 교향곡을 통해 하나의 우주를 구현하려 한 구스타프 말러 등 후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줬다.
올해 탄생 150주년의 쇤베르크는 '기대(Erwartung), Op 17'을 100년 전에 발표했다. '기대'는 1909년에 완성된 1막, 4개 장면 구성의 모노드라마다. 작품은 1924년 6월6일 프라하 신독일극장에서 알렉산더 쳄린스키의 지휘와 마리 구트하일 쇼더(소프라노)의 노래로 초연됐다. 마리 파펜하임이 쓴 가사는 표현주의 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어두운 밤, 숲에서 연인을 찾아 헤매다가 연인의 죽음(시체)을 확인한 여인의 망상과 착란 등 극한의 심리상태를 표출한다. 이에 어우러지는 쇤베르크의 음악 또한 여인의 내면을 고스란히 묘사하고 드러낸다.
쇤베르크가 표현주의 계열의 작품을 발표한 시기는 20세기 초반 무조성(無調聲)으로 작곡하던 때였다. 자신이 창안하는 '12음 기법'을 사용하기 전의 시기다. 표현주의 계열의 대표작으로 '기대'와 함께 '달에 홀린 피에로, Op 21'이 있다. 쇤베르크는 '기대'와 '달에 홀린 피에로' 등에서 다른 시기의 작곡가들이 즐겨 택하던 사랑이나 기쁨, 슬픔 같은 감정을 다루지 않았다. 대신 불안과 긴장, 두려움, 내적 갈등, 충동 등이 작품에 자리한다. 당시 쇤베르크의 관심사는 '음악 외적인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작자의 내면세계를 직접 전달하는 음악'이었는데, '기대'는 그의 음악관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지속해서 조성(공동으로 사용하던 음악 어법)을 체계적으로 배제한 쇤베르크는 자신의 음악 어법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조성과 무관하면서도 악곡을 통일시키는 선율적 근거도 얻을 수 있는 12음 기법이 창안된 것이다. 12음 기법은 20세기(컨템포러리) 음악을 특징짓는 주요 작법으로 자리매김한다.
20세기 중·후반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작가로 활동한 찰스 로젠은 '기대'를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과 함께 기념비적인 모더니즘 음악으로 평가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