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200만원… 선고유예 판결

재판부 “헌법상 정당행위 요건”

“상당히 유감”… 교사 측 항소 예고

주호민
1일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자폐성 장애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유죄를 받은 선고 공판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회견을 하고 있다. 2024.2.1 /김준석기자

법원이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폐성 장애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특수교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와 함께 내려진 벌금 200만 원의 처벌은 미루는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쟁점이 됐던 주씨의 특수교사 발언 녹음파일은 증거로 인정됐다.

1일 오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앞서 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A씨에게 제기된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그에 따른 처벌은 미루겠다는 것이다.

곽 판사는 “(피고가 수업 중 피해자에게 한 문제의 발언은)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들”이라며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하고, 특수교사인 피고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가 지난 2022년 9월 13일 장애가 있는 주씨 아들(당시 9세)을 수업하며 했던 말들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한 발언들이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재판의 쟁점이던 녹음파일에 대해 곽 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면서도 “어느정도 방어 능력과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들이 함께 수업 듣는 장소와 달리 장애를 가진 소수 학생만이 있었고 CCTV도 설치되지 않은 교실에 있었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며 형법상 정당행위 요건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A씨 측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주씨의 녹음파일이 증거로 인정된 데 대해 학생들과 교사 간 신뢰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고문변호사이자 이번 사건 변호를 맡았던 김기윤 변호사는 판결 후 취재진에게 “선고 유예가 나왔지만 유죄 인정된 부분에 대해 A씨와 상의 끝에 항소하기로 결정했다”며 “학생들을 교육할 땐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주씨가)몰래 녹음한 부분은 이를 깨뜨린 것이며 재판부가 이를 위법수집된 증거가 아니라 판단한 부분에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