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이용 보행로에 장애인 점자블록 없어져

보행로 중간에는 굴절 ‘차도로 진입’ 위험성도

해당 도로 정식 허가 나지 않은 ‘임시 보행로’

“수원시와 관련 민원 해결 위해 지속 협의 중”

최근 신세계 스타필드가 수원시 정자동에 ‘스타필드 수원’의 문을 연(1월29일자 12면 보도)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수십년 간 이용하던 보행로에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점자블록이 급작스레 사라져 안전 사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관할기관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스타필드 수원(이하 스타필드)과 화서주공 3단지 아파트 사이 수성로 스타필드 방면 보행로에 점자블록 등이 사라졌다는 민원이 수원시에 다수 접수됐다.

해당 도로는 화서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화서역 방면으로 이어져 있어 시민들의 이용이 잦은 구간으로 스타필드가 지어지기 이전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다.

스타필드
스타필드 수원 옆 보행로에 우회로를 안내하는 표시판이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방향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없다.2024.02.02./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이날 오전 10시께 스타필드 정문 우측 보행로에는 횡단보도와 계단을 안내하는 점자블록 외에 보행 방향 등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찾을 수 없었다. 사실상 해당 보행로는 시각장애인에겐 없는 도로였다.

또한 해당 보행로 중간에는 스타필드 지하주차장 입구가 있어 이를 우회하는 굴절 구간이 있어 점자블록이 없으면 차도로 들어갈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존재했다.

스타필드 측이 세운 표지판에는 이 때문에 측면 계단을 통한 우회로를 안내하고 있지만, 경사로나 리프트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은 스타필드 정문까지 돌아가 경사로를 이용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자 해당 보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인근에 거주하는 경증 시각장애인 최국식(63)씨는 “20년 동안 해당 보도를 통해 다녔지만, 지금은 도로가 완전히 변했다”며 “몇 달 전엔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날 뻔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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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수원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차도 인근 보행로에 보행방향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없다.2024.02.02./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취재결과 해당 도로는 정식 허가가 나지 않은 ‘임시 보행로’ 상태다. 지난 2022년 10월 수원시는 스타필드 앞 수성로의 화산지하차도 연장공사를 진행하며 기존에 인도로 쓰이던 구간을 공사 구간으로 막아둔 차도의 대용으로 결정했다. 또한 사라진 인도를 대신해 스타필드 쪽 일부 구간을 임시 보행로로 지정했다.

수원시는 해당 구간의 통행량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화산지하차도 연장공사가 끝나는 대로 이전에 인도로 사용되는 구간을 복원해 점자블록 등이 설치된 정식 보행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고, 스타필드 관계자는 “수원시와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된 민원 해결을 위해 지속해서 협의 중”이라며 “정식 보행로 설치 전까지 해당 보도를 이용하는 장애인 안전을 위해 빠른 시일 내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화산지하차도 연장공사의 완공 예정일은 오는 2025년 6월로 알려져 해당 보행로의 불편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