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자폐성 장애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특수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선고 유예로 처벌은 일단 미루어졌지만 법원은 공소사실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주씨 측이 제출한 특수교사 발언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한 결과다. 담당 판사는 "어느 정도 방어 능력과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들이 함께 수업 듣는 장소와 달리 장애를 가진 소수 학생만이 있었고 CCTV도 설치되지 않은 교실에 있었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판결에 대해 교육 당국은 유감을 나타냈고, 현장 교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재판 당일 브리핑을 통해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참아가며 버텨온 선생님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다음날 집회를 열고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문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불법 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했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이지만 이렇듯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수단인 '몰래 녹음' 행위의 불법성 여부가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면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록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라 할지라도 그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해당 녹음이 필요한 범위에서 사회윤리나 사회통념 상 용인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면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 판단은 순전히 재판부의 재량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판결은 장애 학생의 부모가 자녀의 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몰래 녹음'이라는 수단에 대해 목적과 이익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의 '몰래 녹음'이 우리 사회의 윤리와 통념에 비춰볼 때 용인 가능한 범위의 행위인 지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큰 이견이 있다. 사건은 이제 2심으로 간다. 2심은 갈등을 봉합하고 기준을 새로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신속해야 하고, 판결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감안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2심 판결에 따라 '몰래 녹음'의 위법성 판단도 더욱더 구체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