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선 도전 불투명… 취재하며 마음 착잡
지역일꾼 뽑는 차원에서 괴이한 선거 풍경
유권자 반응 싸늘… 일시적 정치소비 우려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출마 발언이 '계양구을'이 아닌 '이재명 아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건 특기할 만한 일이다. 지난 주말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계양구을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그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건 '이재명은 안 된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내가 지역 현안 해결 적임자"라는 그 흔한 레퍼토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선거전 초장부터 이렇게 노골적으로 네거티브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사례를 알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본인 입으로 '계양구을 재선 도전'을 선언한 적이 없다. 그가 계양구을 지역구 후보로 나설 것인지조차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계양구을 출마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야당 대표가 공천심사가 진행되는 시점에도 본인의 '진로'를 밝히지 않은 건 역대 총선 여야 당 대표들의 행적을 돌이켜볼 때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2년 전 대선에서 패한 뒤 치러진 계양구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계양구을 선거전을 보는 관점이 갈린다.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로만 규정한다면 계양구을에서 벌어지는 선거전 양상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상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리면서 승리를 거머쥐는 '올 오어 나씽(all-or-nothing)'의 구도에서 전쟁처럼 선거를 치러 반드시 이겨야 한다. 반면 동네에 애정을 갖고 있어 지역 사정을 훤하게 아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성격으로 본다면 현재 계양구의 선거 풍경은 괴이하다. 당 대표든 장관 출신이든 거물급 인사가 꼭 지역 현안 해결의 적임자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정권 중간평가 형식의 선거를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만 그 기반에는 반드시 지역 일꾼론이 자리잡아야 한다. 통상적 선거 승리 공식은 '선명한 구도 형성', '참신한(믿음직한) 인물 제시', '지역 밀착형 조직 구축' 등 세 가지를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 틀이 무너진다면 유권자가 체감하는 선거 효용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정권 심판' '야당 심판'의 프레임으로만 선거를 치른다면 유권자에게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거대 양당은 계양구을을 '정치일번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계양구을이 정치일번지가 되려면 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이 중앙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로부터 선택받은 인물이 입법부에 진출해 지역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고 당과 국회에서 공론장을 형성에 기여하면서 성과를 낼 때 그 지역이 정치 일번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계양구을이 정치일번지는커녕 선거 기간 일시적으로 '소비'되고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는 지역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여야가 계양구을에서 유권자를 볼모로 잡고 벌이는 '정치 도박판'을 걷어치우길 바란다. 이재명 대표와 원희룡 전 장관은 계양구을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전 본인의 출마 의사를 확고히 다져 알리고,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지역 현안은 무엇인지를 발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 당이 정한 공천 룰에 이들이 예외가 되면 안 된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당원·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지역 일꾼으로 본선에 나설 수 있다. '유권자는 정책과 인물을 보고 뽑는다'는 말을 정치인들은 믿지 않는다지만, 지난 2일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다녀온 현장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이 지역 유권자 중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이 예고한 '빅 매치'를 싸늘한 눈초리로 보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계양구는 (정치인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지역이에요." 계산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한 상인(60)이 기자에게 전한 이 바닥 민심이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