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사사건 대법 불인정도


'몰래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웹툰 작가 주호민씨와 그의 자폐성 장애 아들 담당 특수교사 간 재판은 원심에서 인정된 '형법 20조(정당행위)'가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질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지난 1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30대 특수교사 A씨에 대한 유죄 선고 근거로 주씨의 녹음파일을 들었다. 주씨가 아들을 통해 수업내용을 몰래 녹음하도록 한 음성파일 속 A씨 발언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녹음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14조 1항)에 위배되는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란 점은 인정했다. 이는 6년 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유사 아동학대사건과 관련 지난달 11일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며 앞서 마찬가지로 제출된 몰래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핵심 사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곽 판사는 주씨에게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면서까지 A씨 수업내용을 몰래 녹음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곽 판사는 "녹음 대상이 된 대화는 '공개되지 않는 타인 간 대화'란 점은 명백하다"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에 있어선 위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녹음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대법원 판례로 설시된 (해당 행위 관련)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을 요건별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 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한해 관련 법률에 위배되더라도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들이 제시하고 있는 요건들을 고려해 판단한 결과 곽 판사는 주씨의 몰래 녹음이 정당행위였다고 본 것이다.

한편 지난 6일 이 사건 피고인인 A씨가 판결 불복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검찰도 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