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
여러 회사 거쳤지만, 합의점 못 찾아
분양권 박탈에 개인 재산 뺏길 위기
1·10 대책 이후 동일 사례 반복 우려
남양주시 평내동 진주아파트가 20년째 삽 한 번 떠보지도 못하고 1천200세대가 통으로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가운데, 기나긴 표류의 원인엔 공사비가 놓여있다. 비용 조정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사업이 표류됐다.
1985년 1천231가구 5층 규모로 지어진 진주아파트는 20여년 전인 2003년 재건축 사업을 위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지하3층~지상 27층, 모두 1천843가구의 대단지로 변모할 예정이었다. 2009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고 2013년 이주와 철거를 진행하는 등 사업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불거진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2015년 시공사로 선정된 서희건설은 ‘2016년 9월 착공, 2019년 12월 준공’ 계획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2019년 3.3㎡당 공사비를 20만원가량 인상해달라는 서희건설 측 요구를 조합은 거절했고,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이듬해인 2020년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사업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서희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되찾기 위한 소송을 제기해서다. 결국 2022년 9월 서희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되찾을 때까지 사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시공사 지위 회복 이후에도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의 갈등은 지속됐다. 서희건설은 공사비를 3.3㎡당 589만원으로 56%가량 증액해달라 요청했지만 조합은 역시 총회에서 이를 부결시켰다. 설상가상 조합 측은 현재 공사비 협상에 임할 법적 대표자도 없는 상황이다. 조합 내분 발생으로 지난해 4월 열린 총회에서 조합장을 해임시켰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혼란 속 대출한 금융기관들이 꾸린 대주단이 지난달 29일 조합에 대출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하면서 ‘통경매’ 상황에 내몰렸다.
실제 경매에 돌입하기까지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조합은 그 안에 분열 사태를 수습하고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경매 절차를 밟으면 조합원들은 강제로 현금 청산을 받고 분양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실제 조합의 부채 규모가 재건축 사업 수익보다 크면 조합원들은 개인 재산마저 잃을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이 경매에 넘어가 조합원들이 투자금과 분양 권리를 잃었던 ‘성수동 트리마제 사태’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1·10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재건축 사업 추진 시 제2, 제3의 진주아파트 사례가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진주아파트 사례는) 건설 자재비가 치솟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이런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다. 경기도가 나서겠다고 했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무분별하게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선 안 된다. 무조건 민간에 맡기는 게 아닌, 공공이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