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단골·학생들 방문 줄어들어
'거리두기' 또래문화 형성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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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PC방 등 실내 놀이시설 업계가 엔데믹 이후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오후 경기도내 한 PC방이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2.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사례1. 수원시에서 10년 넘게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A(43)씨는 컴퓨터 7대가 고장 났지만 수리하지 않고 있다. 전 좌석이 만석이었던 기억도 까마득하다. 지난 설 명절 4일의 연휴 기간, 코로나19 이전이라면 대목을 앞두고 들떴겠지만, A씨는 이미 기대감을 버린 지 오래다.

#사례2. 용인과 수원 등지에서 PC방을 운영하는 B(32)씨는 이제 PC방 사업 자체가 사양길에 들어선 것 같다고 한탄했다. PC방의 주요 매상은 장시간을 보내는 성인 고객과 하교 후 무리를 지어 오는 청소년 고객 유치에 달려있는데, 코로나19로 PC방 문을 닫은 뒤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예전에는 새벽 시간대에도 PC방은 사람들로 활발했는데 요새는 새벽 1시 이후론 사람이 거의 없어 무인으로 돌리고 있다.

연휴 막바지인 지난 12일 오후 8시께 용인의 한 PC방. 80여석 중 60여석이 차있었지만, 그마저도 오후 10시가 지나면 절반 넘게 빠질 미성년자 손님들이었다. 연휴 다음날인 13일 오후 2시30분께 수원 번화가의 PC방 역시 방학기간임에도 적막이 흘렀다.

양일간 경기지역 번화가와 주택가 등 7곳의 PC방을 다녔지만 8시간 이상 장시간 이용 고객은 찾기 드물었다. B씨는 "코로나19 이전에 자주 오던 단골손님에게 왜 요즘은 안 오시느냐고 물어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게임용 개인 컴퓨터를 장만했다고 답하더라"고 했다.

3인 이상 청소년 단체 고객 역시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청소년 고객들이 홀로 방문하다 보니 예전과 같이 떠들썩한 PC방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세통계포털 자료를 보면 집합금지 등 팬데믹 방역지침이 한창인 2021년 1월 도내 PC방은 2천400여 곳이었다. 그러나 방역지침이 완화된 2022년 1월에도 PC방의 폐업은 지속돼 2천200여 곳으로 줄었고, 지난해 11월에는 1천900여 곳으로 3년여 만에 20%가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청소년들의 또래문화 형성을 막아 그들의 문화 공간인 PC방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권일남 교수는 "청소년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얻지 못하다 보니 PC방 등의 또래 문화를 영유하는 공간이 영향력을 상당히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