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 의혹 등 불법 소지
"업종내 소문내 일 못하게 할 것"
정당한 목소리 차단… 대책 필요

경기 남부지역에서 법인택시를 모는 기사 A씨는 지난해 9월 회사로부터 승무정지 8일의 징계를 받았다. 성과금을 급여명세서에 넣지 않는 등 세금 탈루를 의심할 만한 급여 체계에 대해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하자 해명 대신 이 같은 징계 처분이 돌아왔다고 한다.

A씨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서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꺼낸 건데 징계를 받았다"며 "심지어 퇴사하려는 직원한테 '그럴 거면 어디서도 일을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겁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최근 쿠팡이 물류센터에서 일한 노동자들 가운데 취업 제한 대상을 정해 명단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나온 뒤 '블랙리스트' 등을 통해 취업을 방해받았다는 다양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취업방해가 현행법상 불법 소지가 크다는 것에서 나아가 일터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접수한 사례를 보면 A씨처럼 회사로부터 취업방해를 받은 내용이 여럿 있었다. 직장인 B씨의 경우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는 이유로 사장으로부터 "이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게 소문을 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직장갑질119에 "무섭고 두려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퇴사를 희망하는 노동자가 요청한 권고사직 대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자진퇴사를 강요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직장인 C씨는 "예전에 사직한 사람이 지원한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부정적 평판을 얘기해서) 그 사람은 불합격됐다"는 위협을 회사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은 누군가의 취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노동자가 법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 노동자가 취업방해에 대한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폐쇄적인 직장 내 문화가 만연해서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취업방해의 피해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 모든 일하는 노동자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취업 이전인 경우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에 취업의 지속을 방해하는 행위도 (법에)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