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부터 전국 학교 현장에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배치된다. 학폭조사관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피해 학생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학교가 자체 종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닐 경우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사례회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에도 참석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월부터 교육지원청별로 모집해 지원자 783명 중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506명을 위촉했다. 92명을 선발하는 인천시교육청은 1차 서류전형에 80명이 통과했고, 사전연수 이수 후 오는 22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 2천700명 규모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교육청 학폭조사관 경력을 살펴보니, 퇴직경찰(39.7%), 퇴직교원(23.7%), 그 외 상담전문가(8.3%) 순이다. 대다수가 전문직 경력 보유자로 보이는데 전체가 그런 것인지는 의문이다. 학폭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전체 학폭조사관 중의 일부라도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제도 전체를 위협할 공론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학폭조사관 전체의 전문적 역량이 강조되는 이유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폭조사관 선발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뒤, 열흘 남짓한 역량 강화 연수 후 현장에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학폭조사관의 엄중한 기능에 비해 사전 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역별로 제각각인 학폭조사관의 건당 수당체계도 문제다. 경기도교육청은 1건에 20만~40만원, 인천시교육청은 20만원, 서울시교육청은 18만원이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까지 갈 경우 추가 조사가 필요해 1건에 수개월을 매달려야 할 수도 있다. "자원봉사 재능기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낫다"라는 불만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려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실한 전문성과 보상 때문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학교폭력은 교육주체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학생과 유대가 없는 학폭조사관이 교화보다 실적 위주의 조사에 주력하면 학교가 소송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제도 안착은 예산이 전문적 역량과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학폭조사관의 전문적 역량이 떨어지고 법적 지위는 모호한데 지원 예산은 쥐꼬리다. 제도 실시 직전이라도 현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