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저출생 현상 극복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 정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뒤늦게나마 출생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다행이다. 그중 하나로 난임 부부의 체외수정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은 난임 부부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정부가 체외수정 시술비 지원 횟수를 신선배아·동결배아 상관 없이 16회에서 20회로 늘린 건 아이를 갖기 원하는 이들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다.
정부의 난임 지원 정책 발표 이후 의료현장에서는 난임 시술을 선택하는 이들이 전보다 늘고 있다. 난임 시술 지원 연령 제한이 없어 의학적으로 '고령 난임' 기준 연령인 만 35세가 넘지 않는 이들도 난임 시술을 희망하는 사례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현장 의사들은 지나친 난임 시술이 여성 건강을 해칠 것을 우려한다. 난임 여성에 대한 의학적 소견 없이 본인 선택에 따른 난임 시술은 합병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난임치료 확대 등 난임 지원을 위한 실태 및 제도 개선 방안'(2019년) 보고서를 통해 난임시술이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을 유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연구원이 2017년 체외수정(신선배아) 시술을 중단한 1만1천648명을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이 OHSS를 진단받았다. OHSS는 과배란 유도 호르몬으로 인해 발생한 합병증으로 복부팽만·구토·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고 간기능 이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난임 시술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실태를 정확히 짚어봐야 한다. 난임 시술이 의사 소견에 따라 이뤄지지 않고 본인 희망에 따라서만 진행되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이 반영된 제도 보완책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돼야 한다. 난임 부부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방안이 난임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과유불급 정책'이 되지 않도록 사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난임 시술을 받은 여성들은 두통·구토 등 '단기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여성에게 난임 시술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난임 치료 휴가는 3일(1일 유급) 이내로만 쓸 수 있다. 난임 휴가를 30일(유급)로 늘리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 발의됐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난임 시술 지원 사업이 온전한 효과를 내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