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발생… 제도 보완 목소리 커
지난 14일 정부, 조치 완화 공문 배포
영상 없는 다수의 진술, 무고 증명 쟁점
지자체 “명확하지 않아… 적용 어려워”
식약처 “적극적인 판단 권한 부여” 반박
성남시의 한 치킨집 사장 이모(64)씨는 지난 1월 단골손님이라 생각했던 청소년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이씨의 가게에 자주 드나들었던 청소년 무리는 진한 화장에 흡연을 하는 등 외적으로 볼 때 성인과 쉽게 구별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이씨가 신분증을 요구하자 모바일 신분증을 제시했다. 이씨가 의심을 하자 이들은 “요즘 다 모바일 신분증 들고 다닌다”며 이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들의 모바일 신분증은 텔레그램 등 온라인 음지 사이트에서 쉽게 거래되는 위조였고, 이들을 믿고 지속해서 주류를 제공했던 이씨는 경찰에 적발돼 행정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씨의 가게는 지난 8일부터 문을 닫은 상태다.
이씨의 가게가 문을 닫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시 성동구에서 소상공인들과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소상공인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사안은 앞서 소개한 이씨의 사례처럼 억울하게 영업정지를 당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들의 말에 공감했고, 관련 부처 장관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해 3시간여 만인 오후 2시47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각 지자체 소관부서에 공문을 보내 행정처분에 신중하고 기계적인 법 집행 자제를 당부했다.
소식을 접한 이씨는 즉각 행정 당국에 행정처분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경찰 적발 당시 이씨의 가게 CCTV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종업원 등의 증언을 통해 그동안 신분증 검사를 성실하게 수행했음을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가 청소년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하다 영업정지를 당한 자영업자들의 행정처분을 완화(2월 16일자 5면 보도)하겠다는 입장이 지난 14일 발표됐고 공문까지 내려왔지만, 직접적인 처분을 내리는 경기도 내 일선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행정 처분이 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부처가 지자체 실정을 잘 모르고 내린 공문”이라며 “CCTV 같은 증거가 없어도 업주가 신분증을 검사했다는 다수의 진술이 있으면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다수에 종업원도 포함되는지, 몇 명의 증언이 필요한지와 같은 부분은 명확하지 않아 적용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처분의 주체인 지자체가 경찰이나 사법부의 판단만을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라고 권한을 준 것”이라면서 “구체적 지침을 내리면 오히려 해당 조항에 묶일 수 있어 열린 언어로 배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