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오는 2026년 1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소각장(자원순환센터)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천시는 당초 권역별로 소각장을 건립(확충)한다는 방침을 가졌지만,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수년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여러 나라에도 쓰레기 소각장은 존재한다. 이들 역시 주민 반발에 부딪혔지만, 친환경적인 특성과 설계를 도입해 소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했다. 그 중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프랑스 ‘이쎄안(Isseane) 소각장’을 찾아 시민 수용성을 높인 비법을 들어봤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오후 방문한 프랑스 이시레물리노시(市) ‘이쎄안(Isseane) 소각장’. 이시레물리노시는 파리시(市)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파리의 명물 에펠탑에서 차로 불과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센(Seine)강을 따라 이쎄안 소각장까지 가는 길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사무실도 잇따라 눈에 띄었다. 이어 도착한 이쎄안 소각장은 갈색으로 된 외관에 초록색 넝쿨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외면만으로는 소각시설이라는 걸 알아채기 어려웠다. 주변에 있는 일반 건물들과 어우러져 위화감 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쓰레기 냄새 역시 전혀 나지 않았다.
쓰레기 소각장은 보통 쓰레기를 태워 발생하는 연기를 내뿜는 굴뚝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쎄안을 둘러봤을 때 굴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구름처럼 뿜어져 나오는 연기도 보기 어려웠다.
이날 현장에서 안내를 맡은 소피엔 엔란달루시 파리광역권쓰레기처리조합(SYCTOM) 부대표는 “이곳의 특징은 외부경관과 조화를 이룬 것”이라며 “밖에서 보기에 전혀 소각장의 느낌이 없이 자연스럽게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쎄안 소각장은 소각장의 굴뚝을 지하에 만들었다. 지하 30m부터 소각장 굴뚝을 세운 덕분에 지상에는 20m 정도만 굴뚝이 돌출된다. 그 겉에 소각시설 건물을 세워 굴뚝을 감췄다. 또 쓰레기를 태우고 발생하는 열을 건식 처리해 육안으로 보이는 연기를 최소화했다.

이쎄안 소각장은 프랑스 도심에 위치한다. 대형 폐기물 차량으로 쓰레기를 싣고 다닐 필요 없이, 짧은 동선으로 곧바로 쓰레기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센강을 통해 배로 쓰레기를 옮겨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이쎄안 소각장은 식톰(SYCTOM)이 운영하는 소각장 3곳 중 하나다. 식톰은 프랑스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파리와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생활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기 위해 1984년 결성됐다. 현재까지 이 조합에 가입한 프랑스 지자체는 파리시를 포함해 모두 82곳이다.


이쎄안 소각장은 인근 주민 120만명이 매년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 53만t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시간당으로는 최대 61t까지 처리가 가능하다. 폐기물을 태우면서 나오는 증기 중 일부는 파리 아파트의 난방이나 온수로 사용하거나 소각장 내의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 중 일부는 파리지역 도심 난방회사(CPCU)에 판매하는데, 이는 약 7만9천 가구에 난방을 제공하는 데 쓰인다. 소각 후 나온 폐기물은 도로 공사를 위한 기초 재료로 사용된다.
이쎄안 소각장이 처음 추진될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시레물리노시는 자원봉사단(모니터링단)을 만들어 소각장 초창기부터 참여를 유도했고, 수차례의 주민간담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설계·운영 방식을 이끌어냈다.



유정복 시장은 이쎄안 소각장을 둘러본 이후 “친환경적으로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들을 보면서 소각장이 혐오시설,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내 이해관계자, 지자체 관계자들이 현장 견학을 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직매립 금지라는 원칙 하에 소각장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며 “(소각장이) 주민들에게 친환경 시설로 이해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방향을 설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