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의 방화 사건을 취재하러 남양주에 갔을 때였다. 저녁 늦은 시간 해는 이미 저물었지만, 아파트 내부에 매캐한 냄새는 남아있었다. 불을 지른 이는 꼭대기 층에 살던 20대 청년이었다. 그는 집에 불을 낸 채 사망했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했고,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은 더 진행되지 않았다. 기사도 짤막하고 흔한 방화 사건으로 나간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생각이 남아 그를 아는 이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해당 아파트에서 수년을 살았던 그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그의 삶은 대단히 복잡했다. 가정환경과 우울증, 생활고 등 기사로만 접했던 은둔형 외톨이 청년, 밤마다 음악 소리를 크게 틀어놓는 기행을 벌인 그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는 이는 없었다.
아파트 방화 사건이 세간의 이슈를 타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고민했다. 그의 마지막 행동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적어도 그 청년에게 안전망 하나쯤 마련됐었다면 하는 씁쓸한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정부는 올해 경기도 내 6개 지자체에 지원하던 청소년 안전망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은둔·고립 청소년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안전망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마련했지만, 지자체와 경찰, 청소년 단체 등이 촘촘히 구성해 가던 컨트롤 타워와 그물망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종종 그 청년이 있던 아파트를 생각한다. 5문장 뒤 가려진 그의 삶은 계속 조명돼야 한다.
/김지원 사회부 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