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40일도 안 남은 현재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유지됐던 더불어민주당 우위의 전망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추월했고 서울에서도 국민의힘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경기·인천에서는 민주당이 아직 우세한 결과가 많지만 이러한 공천 난맥이 일주일만 지속된다면 이마저도 바뀔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친명 측근들의 태도는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면이 많다. 공천이 원래 잡음이 있게 마련이지만 공천 탈락자들을 납득시키고 통합의 원팀을 강조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비아냥거리고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이다. '탈당은 자유'라는 이 대표의 말이 대표적이다. 선거에서 패배하여 제1당의 지위를 빼앗겨도 잠재적 경쟁자를 솎아내고 자신의 친위세력으로만 당을 운영하고 아무런 경쟁 없이 차기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계산이 아니라면 지금의 민주당 공천의 난맥을 설명할 길이 없다.
총선은 흔히 회고적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이는 정권심판론과 중간평가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우세해질 판이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의 실종이다. 출범 2년의 윤 정부의 국정은 국민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의 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권심판론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국민의힘 공천에는 쇄신도, 감동도 없다. 인요한 혁신위가 말했던 친윤 영남 중진들의 희생과 불출마는 없던 일이 됐다. 현역 불패가 이어지고 대통령실 출신의 약진도 뚜렷하다. 일부 행정관 출신들의 탈락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공천 파열의 강도가 워낙 세니 국민의힘의 무혁신 공천이 가려지고 있다.
공천은 각 정당의 선택이고 자신들이 책임지면 된다. 그럼에도 공천은 선거 과정의 핵심 절차이므로 보편과 원칙에 기반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의 과도한 친명 위주의 공천이 선거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 다른 쟁점은 실종되고 오직 공천의 정치학만 난무한다. 민주당의 이 대표와 친명 주류는 이 사태에 대해 선거 후에도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민주당은 남은 공천에서 친명에 경도된 공천을 조금이라도 지양하고 유권자에 각인되고 있는 공천 난맥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패배는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