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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한가운데 장수를 뜻하는 '수(帥)'자가 적혀있는 어재연 장군 '수자기'. /강화역사박물관 제공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가 다시 미국으로 반환된다. 수자기는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를 뜻하는 '수(帥)'자가 적혀있는 깃발로 1871년 신미양요 때 강화도 광성보 전투에서 미군에 빼앗긴 것이다. 지난 2007년 '장기 대여' 형식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강화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대여기간이 만료되어 오는 12일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수자기는 조선시대 군영 최고 지휘관이 사용한 군기(軍旗)이다. 특히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자료이며, 서세동점기 서구 열강의 침투과정에서 벌어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등의 전쟁사를 기억할 수 있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지대하다. 그런데 수자기를 관리해온 강화군이 수자기를 반환하면서도 관련된 기념식이나 행사도 열지 않았다. 강화군과 인천시는 수자기 반환에 즈음하여 그간의 대여와 반환 과정과 배경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국보급 문화재를 반환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다.

이 같은 태도는 문화재청이나 강화군이 수자기 환수가 어렵다고 보고 미국이 장기 대여라도 해주기를 바라는 소극적 입장 때문이다. 미국 측에 타진한 결과 "수자기의 반환은 미국의 법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수자기'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미 해군이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노획한 전리품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전리품(戰利品)'이란 교전국으로부터 탈취하여 자신의 것으로 취한 물자로 대상과 과정, 관리가 적법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국제법상 전투 과정에서 전장과 점령지에서 몰수할 수 있는 물건은 군사적 용도에 사용된 국유재산뿐이다. 문화재나 문화유산은 승전국이라 해도 노획할 수 없다. 신미양요가 국제법상의 전투인지, 수자기는 전장에서 압수하거나 몰수할 수 있는 물품인지, 그리고 노획 과정이 적법했는지도 제대로 따져 본 적이 없다.

최근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한 '어재연 장군 수자기 영구 반환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도 수자기는 미국의 전리품이 아니라 약탈 문화재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영구 반환을 위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강화군은 수자기 환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최우방국이다. 미국도 과거의 군사충돌에서 노획한 우방국의 중요한 문화재급 유산의 반환을 반대만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