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화물차 주차장
11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9공구에 완공된 인천항만공사(IPA)의 화물차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2024.3.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인천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2027년까지 인천 신항을 '스마트 항만'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만 물류의 혈관 역할을 하는 화물차들을 위한 주차장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신항 주변에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이 수년째 공회전 중이며, 하나밖에 없던 임시 화물차 주차장마저 폐쇄 위기에 놓였다. 수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항만공사 등이 폭탄 돌리기식으로 사실상 방치한 화물차 주차장 문제가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신항 항만 배후단지 2-1단계에 운영 중인 임시 화물차 주차장은 이달 말 폐쇄될 예정이다. 신항 1-2단계 컨테이너 부두 공사를 위해 주변 해역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파낸 흙이 이곳에 매립되기 때문이다. 1천500여대의 화물차를 주차할 수 있는 이곳이 사라지면 연간 2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를 처리하는 신항 인근에는 단 하나의 화물차 주차장도 남지 않는다. 신항에는 하루 1만여대의 화물차가 드나든다.

인천항만공사는 2007년 신항을 이용하는 화물차들을 위한 주차장을 아암물류2단지(인천 남항 배후단지)에 만들 계획을 세웠고, 주차장 조성 공사를 2022년 말 마무리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천항만공사와 인천경제청은 이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 중이다. 화물차 주차장이 없으면 신항을 이용하는 많은 차량들은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할 수밖에 없다. 신항 인근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많아지면 물류 흐름에도 영향을 끼친다.

인천항만공사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임시 화물차 주차장 운영기간을 연장하고, 최근 준공한 신항 배후단지 1-1단계 2구역을 대체부지로 지정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신항 준설토 매립을 위한 공사가 늦어도 올해 중반엔 시작돼야 하고 해당 구역을 조성한 민간사업자와 협의도 해야 한다. 인천 물류업계가 '땜질식 처방'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화물차 주차장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다. "주차장이 없는 탓에 과태료를 감수하고 도로에 차를 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필요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 주민 민원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는 화물차 기사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선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