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 넘게 이어지면서 참혹한 민간인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동뿐 아니라 동아시아, 태평양까지도 연결되는 국제 정세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다.
13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 제441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배경과 전망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최근 중동의 변화가 미국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채굴하면서 2011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이 됐고, 201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선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 됐다. 또한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 등으로 ‘화석 연료의 시대’가 저물면서 중동 산유국들은 산업 다각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석유 없는 세상을 강조하고 나섰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로축구팀 알나스르가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고, 각종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은 중동의 산업 다각화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2001년부터 20년 가까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른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2011년 오바마 정부 때부터 중국 봉쇄 작전에 착수했다. 이를 트럼프 정부가 노골화했고, 바이든 정부도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중동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박 교수는 “미국이 더 이상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미국 의존도가 낮아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의 친미 국가는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가까이하는 동방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 다극화 구도가 아닌 모든 걸 연결하는 무극화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봤다.
2020년 UAE와 바레인이 미국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해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 국가 간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가 목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급물살을 타던 이스라엘-중동 수교판이 깨졌다.
중동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이란이 하마스의 뒷배가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다만 박 교수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하마스 단독 작품으로 많이 얘기된다”며 “이스라엘 국내 정치가 분열된 상황 속 애초 하마스는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하마스 죄수들을 이스라엘 인질들과 맞교환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하면 아랍 국가들이 전쟁판에 끼어 경제 발전이 끝난다”며 “이란 뒤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있고, 확전한다면 전 세계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전쟁이 확전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새얼아침대화 강연에 앞서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조선 시대 서울에 기반을 뒀던 문중 ‘경아세족’에 대해 설명하면서 권력의 정신적 발전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