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매뉴얼 없이 자체 판단"
고령 이용 많아 사고 대비 필요


안산시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지난 8일 목욕탕 사우나를 이용하고 나오는 순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는데, 누워 있는 본인을 에워싼 사람들은 직원이든 이용객이든 놀라고 당황한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응급조치를 하거나 119신고를 접수한 이는 없었다.

스스로 일어난 A씨는 소방이나 타인의 인계 없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그는 "목욕탕을 이용하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인데 별다른 대응 지침이 없으니 자칫하면 정말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4일 오전 10시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목욕탕에서도 70대 여성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목격자가 응급조치를 진행하던 중 현장에 소방이 도착했는데, 여탕 내부까지 진입하는 과정에서 목욕탕 이용객들을 통제하느라 1분가량 지연됐다. 이미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로 소방에 인계된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중목욕탕은 고령층 이용객이 많아 위급상황과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다. 이달 초 대전과 강릉에서 각각 목욕탕을 이용하던 70대 남성들이 심정지로 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목욕탕에서 발생한 심정지 사고만 8건 있었다.

그러나 폐쇄적인 환경인 데다 일관된 대응 매뉴얼도 없는 탓에 부실한 초기대응으로 인명피해를 키울 우려가 있다. 목욕탕 업소 등록 유형인 다중이용시설이 응급 상황을 대비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안전 매뉴얼은 없다.

소방 관계자는 "구급대원들이 목욕탕에 진입할 때 지켜야 하는 행동 매뉴얼은 없으나, 자체 판단으로 신속하게 통제하고 구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목욕탕은 노후한 시설로 인한 사고 위험까지 있는 취약한 환경인 만큼 유사시 소방대원들의 빠른 진입과 구조활동이 가능하도록 위급 상황 대비 매뉴얼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