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머니 룩을 연상하면 문득 해외 고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떠오른다. 올림머리에 선글라스와 진주 목걸이로 우아함을 더한 오드리 헵번의 멋이 돋보여서다. 해당 영화는 검은색 드레스와 검은 장갑을 착용한 홀리(오드리 헵번 분)가 보석 가게 티파니 앞에서 빵을 든 장면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 한껏 차려입은 홀리는 한 손엔 크루아상, 한 손엔 커피를 든 채 티파니 매장 쇼윈도 앞에 선다. 쇼윈도엔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진열돼 있다. 홀리는 다이몬드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크루아상과 커피를 먹으면서.
최근 경기도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둘러보면 대다수가 쇼윈도 속 다이아몬드를 바라만 보는 홀리와도 비슷한 모습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가 부담으로 다가와서다. 에르메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국내 기업 제품마저도 가격이 수차례 오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보복소비'도 옛말이 된 상황에서 소비자 물가는 끝도 없이 오르고만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백화점에서 소비자가 갈 만한 곳은 F&B(식음료) 매장 정도다. 유명 맛집이 들어선 백화점엔 수시로 긴줄이 생긴다. 맛집으로 통용되는 빵집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난다. 경제 불황 속 '한 끼라도 제대로 먹자'라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렇게 홀리처럼 한껏 멋을 낸 도내 멋쟁이들은 백화점을 간다. 고물가 속 윈도우 쇼핑을 하고 허기를 달래러.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