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행동영등포당'은 아예 주민들의 당(黨)을 차리겠다며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찾았다. 처음부터 당 조직을 표방했던 건 아니다. 10여년 동안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는 마을법인으로 활동해왔으나, 2018년 새로운 구청장이 들어오면서는 더는 사업에 선정될 수 없었다. 구심을 잃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직접 세력이 되는 것뿐이었다. 지방선거를 한 해 앞둔 2021년 창당 서류를 접수했다. 출마는 무산됐어도 선거법을 요리조리 피해 홍보 현수막도 걸고 골목에서 명함도 돌렸다. 오해한 주민들의 신고마저 접수돼 '적당히만 해달라'는 선관위 전화를 받기도 했다.
출발점도, 걸어온 길도 다르지만 세간의 의아함에 두 단체가 내놓는 답변은 궤를 같이한다. 구자동 과천풀뿌리 공동대표는 "우리 지역 현안을 여기 살고 있는 우리가 정하겠다는 게 그렇게 의아한 일인지, 지역 일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라며 반문했고,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는 "정책 결정 구조에 정작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들은 빠져 있다"며 "구청장이 되어서 주민참여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게 활동 최종 목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 동네 일은 우리가 충분히 알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결정할 기회라도 달라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현장에서도 터부시되던 목소리에 의외의 국가기관이 눈길 가는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지역정당 창당을 금지하는 정당법은 위헌"이라며 청구된 헌법소원에 지난해 9월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결정 정족수(6명) 미달로 최종 합헌 결정됐다. 마치 '일리는 있는데, 법으로 허용은 어렵다'는 듯한 야속한 결과였다.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온 주민들이 현행 정당법에서는 이토록 유별난 취급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시 찾아온 선거철, 지역구 정치는, 특히 수도권은 숱한 '전략'과 '자객' 후보에 유린당하고 있다. 난립하는 제3지대와 비례정당 창당 물결에 지역정당은 편입될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헌재 합헌 의견 일부는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구자동 공동대표와 이용희 대표가 추구하는 지역주의는 이런 병폐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호남, 영남 프레임 같은 것을 떠나, 지역의 고민과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을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정치문화"다.
/김산 사회부 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