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 제도적 개선 목소리
김포서 경비실 근무중 흉기 상해
"불 늦게 꺼도 소리 지르고 신고"
인원축소 투표 가까스로 부결도
"온정주의 아닌 법의 개입 필요"
지난 18일 김포시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70대 남성의 갑작스러운 흉기 난동에 상해를 입은 가운데, 주민들의 갑질과 해고 위험에 처한 경기도 내 아파트 경비원들은 생명의 위협까지 걱정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모(71)씨는 주민들의 사소한 시비와 갑질에 애먹을 때가 있다. 아파트 공동공간의 불을 늦게 소등하는 것과 같은 일에도 경비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관리소에 신고하는 것이다. 때문에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
김씨는 "아파트 경비원을 하며 가장 힘든 건 주민들의 갑질이다. 좋은 말로 해결될 문제인데 욕하고 쫓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갑질만 없어도 경비업무가 할 만한데, 경비원을 하며 최하위 인간 취급을 받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 이모(77)씨는 지난해 말 계약해지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에서 경비업무 기계화와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안건을 주민투표에 올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민투표에서 경비원 축소 찬성 비율이 40%로 집계돼 일자리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고용 불안정의 두려움은 여전했다.
그는 "경비원 축소 이야기가 나왔을 때 경비원들 사이에서 술렁거렸고, 나간 사람도 3명이나 있다"면서 "지난해 연말에 경비원 절반이 잘리는 거였는데 다행히 주민투표에서 해당 안이 부결돼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 언젠가 다시 경비원을 축소하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김포시 흉기난동 사건을 접한 이들은 공통으로 안타까워하면서도 본인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호소했다. 김씨는 "같은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깝다. 혼자 근무하는데 괜히 무섭더라"고 말했고, 이씨 역시 "요즘에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달려들고 때리는 일이 빈번하다. 솔직히 야간 근무 땐 두려운 상황을 종종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경비원이 겪는 삼중고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를 통한 노동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간접 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주민 갑질과 고용 불안정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아파트 노동자가 겪는 문제를 단순히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온정주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주민 개인의 일탈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법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올해 9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경비·청소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 공동주택 관리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착한아파트' 3개 단지를 선정한다. 해당 사업은 공동주택에서 약자인 관리종사자를 갑질 등 부당한 대우에서 보호하고 고용안정, 근무환경 개선 및 인권보호 등에 노력한 아파트를 발굴한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