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업계, 독점 중계 잇단 성공 거둔 사례
국민스포츠 야구 유료화·방송 사고에 불만
새 팬층 유입 가로막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팬·선수·구단 함께 즐기는 구조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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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문화체육부장
스포츠는 돈이 된다. 다소 거칠고 속되게 느껴지겠지만 스포츠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위에 세워졌고, 또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1996년 디즈니에 인수됐는데, 이후 발생된 수익으로 디즈니는 스트리밍 구축과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 등의 인수 비용을 마련해 지금의 콘텐츠 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플레이는 2022년 토트넘 홋스퍼 내한을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 구단의 잇단 방한과 친선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고 지난해에는 OTT업계 최초 K리그 전 경기 중계, 카타르 아시안 컵, MLB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로 흥행몰이에 잇따라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른 국산 OTT 티빙은 KBO(한국야구위원회) 독점 중계를 시작하면서 올해 30~40%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티빙을 제외한 온라인 야구 관련 사이트에서 KBO 무료 실시간 중계 서비스는 모두 종료됐다. 모바일 기기 등으로 야구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선 티빙에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인 만큼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의 밝은 전망 뒤에는 팬들에게 들이닥친 어두운 부분도 존재한다. OTT 업체에서 해외 스포츠 리그를 독점 중계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이미 '국민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야구의 독점 중계에 여러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스포츠인 야구를 보기 위해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어설픈 중계가 이런 불만을 증폭시켰다. 최근 최주희 티빙 대표가 나서 "유료 중계가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지난 22일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두고 진행한 미디어데이 생중계도 방송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편과 그에 따른 불만이 혹여 야구 자체에 대해 흥미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 과거 TV중계 뿐 아니라, 라디오와 신문에서 야구 소식을 전하면서 저변이 넓어졌는데,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에 와서 되레 진입장벽이 생겨 새로운 팬층의 유입을 가로막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일으킨 골프붐이 있었고, 2000년대 일본에서의 골프붐이 있었다. 골프에 대한 관심이 전 국민적으로 일어났지만, 높은 비용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골프 최강 대국 미국에서는 2003~2018년 사이 골퍼 22%가 감소했고, 일본은 현재 전체 인구에서 골퍼 비율은 5.8% 정도로 집계될 만큼 산업의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국 골프시장 역시 높은 비용으로, 젊은 세대들은 테니스 등으로 옮겨가고 있어 그 미래가 밝다고만 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부천FC1995가 지난 시즌 선보였던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판매 전용석이나 올 해 초 성료한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의 현장 판매 입장권 등의 시도가 반갑다. 클릭과 클릭 사이 수십 분의 1초까지 줄여야 성공한다는 온라인 예매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구단이나 대회주최 측에서의 섬세한 배려가 더 다양한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스포츠는 돈이 된다. 그러나 이 명제가 성립하려면 지속적인 팬들의 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팬들의 유입을 위해 플랫폼은 팬과 선수, 구단이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성주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