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수출 효자 품목으로 올라선 반도체가 AI(인공지능) 관련 수요에 힘입어 올 1분기에도 경기도 경제를 견인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과 수출은 탄력받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민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해 전반적인 경기도 경제 상황은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발간한 ‘경기도 지역경제보고서 2024년 3월호’에 따르면 올 1분기 경기지역 경제 상황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AI 서비스 수요 확대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제조업 경기가 소폭 나아졌지만, 고금리·고물가 지속에 따라 민간 소비가 아직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감산 효과를 보고 있는 반도체가 견인하고 있다.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공급업체들의 감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IT 기기 OEM 업체들이 반도체 추가 가격 인상 전 메모리 반도체를 비축하고 있어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반도체 수출 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61.5%, 전 분기 대비 10.4% 증가했다.

올 2분기에도 반도체 수출은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온디바이스 AI PC나 스마트폰 등의 출시가 예정돼 있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가 확대 및 다변화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반도체 시장 규모를 지난해 534억달러(71조여원)에서 2027년 1천194억달러(160조여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지난해 경기도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던 자동차 수출은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고부가가치 차량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음에도, 해외 주요 지역 경기 부진과 세계 각국이 자국 생산 전기차 우대 정책을 펼치면서 지난 분기보다 수출이 소폭 감소했다. 2분기도 이번 분기와 같은 상황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소비는 식료품, 의류 등 비내구재 소비는 소폭 증가했지만 내구재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준내구재 소비가 보합세를 보이면서 지난 분기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민간 소비는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계속 위축돼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1~2월 경기지역 가전 및 자동차 판매점 카드 사용액(NH농협·신한·하나 기준)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4%, 53.5% 감소했다. 이는 전 분기(-15.5%, -52.6%)보다 감소세가 확대된 것이다.

올 2분기 경기도 경제는 민간 소비 심리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관계자는 “고금리로 가계들의 이자 부담이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 심리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분기에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실 회복 속도에 대해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