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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안산갑 후보가 출마지인 '안산'에 대해서 막말을 했던 사실이 회자된 일이 있다. 양 후보는 경쟁자였던 전해철 후보에게는 '바퀴벌레·고름'이라며 폄훼도 서슴지 않았다. 막말뿐 아니다. 자녀 이름으로 11억원대 편법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4·10 총선 기간 언론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놓쳤던 후보자들의 인품과 편법, 성범죄자·다단계 가해자 변호 정황 등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한다. 내 자유의지로 결정한 선택들이 모여 내가 되기에 공직 후보자의 선택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말과 행동으로 드러난 과거가 후보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출마지가 될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지역 혐오 발언, 편법 대출로 막대한 부를 취하고 싶었던 솔직했던 욕망. 파렴치한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기에 상부의 지시로 변호했을뿐이라는 해명.

이런 해명은 낯설지가 않다. 기업들이 기업 논리에 기대 노동자를 대하는 사회적 책무를 가벼이 여길 때, 정부가 세월호·이태원 등 참사 책임자 처벌에 적극적이지 않을 때, 직장인들이 어긋난 직업 윤리인 줄 알면서 따를 때, 그들이 속한 다수 집단에서는 어긋남이 없었을 행위였기에 너무 쉽게 '악행'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향한 공감이 무뎌진 사회는 결국 뒤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악행을 저지를 동기가 없었어도 결과적으로 악행이 될 수 있다(한나아렌트). 대세에 따르는 것, 남들도 하고 있으니 그렇게 했다는 해명은 평범한 사람조차 악인(惡人)이 된다는 의미다. 다른 선택을 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한다는 건 매우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이러는데, 나 하나만 반대한다고 달라질까'라는 생각 속에서도, 우리는 '상식'에 감동한다. 22대 총선에서는 나의 '상식'을 대신 실행해 줄 인물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상식은 남아있으니까.

/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