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말에 속아 대마를 흡입한 환각 상태에서 의정부의 한 주유소에 불을 지른 30대 남성 A씨에 대해 방화 혐의를 적용할지 경찰이 고심하고 있다.
“고급 액상 전자담배”라는 말로 그가 대마를 흡입토록 한 지인 30대 B씨는 이미 경찰에 구속됐다.
2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0시 40분께 A씨는 자신이 일하던 의정부시 장암동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기로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주유소 바닥에 흘러내린 휘발유로도 불이 번졌지만 현장 출동한 경찰의 신속한 진화로 다행히 대형 화재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A씨는 전신 2도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 중이다.
경찰은 이날 주유소에 근무 중이던 A씨를 찾아와 “최근에 나온 고급 액상 담배인데 정말 좋다”라며 사실은 액상 대마를 권유한 그의 지인 B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B씨는 마약류 투약 및 수수 혐의로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라 지난달 31일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평소에도 주유소를 종종 찾아왔다가 이날 처음 A씨에 대마를 권한 것으로 조사된 B씨에겐 이미 마약 관련 전과도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는 B씨에 속아 마약을 흡입한 영향으로 인한 환각 상태에서 자신의 몸과 주유소에 불을 지른 상황이어서 경찰은 그에 대한 방화 혐의 여부를 검토 중이다.
A씨는 당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기 전 “지인이 마약을 건넸다”는 취지로 스스로 신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이미 구속했지만 A씨에 대해선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당시 상황, 양측 진술, 관련자 전력과 전후 상황 등을 종합할 때 A씨가 B씨 말에 속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