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대결 대신에 말싸움·반사 이익만 노려
후보 자질·능력보다 설화·이슈에 표심 술렁
민심 도도한 물결 시시비비 현명한 표로 결정
수도권, 즉 경기도 선거는 더 그렇다. 오만한 권력에는 견제로 균형을 잡아주고, 힘이 필요할 때는 동력을 만들어주었다. 팔도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도 해왔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미래통합당)은 역대 최악의 참패를 맛보았고, 와신상담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키는 동력을 만들어 냈다. 그 여세를 몰아 그해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크게 승리했다.
그런 의미에서 22대 총선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윤석열 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국민의힘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적 의미가 실린 선거가 됐다.
그러다보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연일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현 정부를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는 의붓아버지와 계모'에 빗대 콩쥐팥쥐 얘기까지 하면서 가는 곳마다 경제를 망친 무능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량한 국민을 범죄혐의자, 부도덕한 정치꾼들의 지배를 받도록 놔둘 수 없다", "정치를 ×같이 하면 안 된다. 22대 국회가 범죄인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 쓰레기를 다 치워야 한다"고 일갈하고 있다.
여기에 야당은 서민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고물가, 경제문제를 자극하면서 윤 대통령이 특가 판매하는 '875원짜리 대파'를 놓고 마트에서 나눈 발언을 앞뒤 다 자른 뒤 5천원짜리 '대파 인증샷'으로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은 "70평생, 이렇게 나쁜 정부는 처음 봤다"고 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제를 소환하며 "자기가 정치한 5년이 정말 최악이었다. 그래서 정권이 교체된 것"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런 좌우파의 싸움에 유권자들은 허파 뒤집힌다는 탄식만 나올뿐, 축제가 돼야 할 지역 선거판은 이렇게 멍들고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여론조사 홍수로 기계적 유불리가 정해져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기회조차 없다. 주민 욕구를 채워나갈 알뜰한 공약 대결 대신, 말싸움과 반사이익만 노리며 자기 진영의 논리를 더 탄탄하게 쌓으며 의기양양 진군하는 모습은 한편의 소극(笑劇)을 보는 듯하다.
심지어 자기 선거구 주요 시설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뜨내기·철새 후보가 벌써 조직 장악을 위해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샤이 보수층이 있다고 하지만, 초중반 판세는 야당 우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 그 이유를 한번 따져 보니 이번 총선이 역대 선거와 달리, 좌·우파간 1대1 편싸움이 돼버린 것도 한 요인이다.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몰락이 가져온 좌우의 진영 싸움이 되다보니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기 보다, 중앙발 '설화'와 '이슈'에 더 민감해지고 표심의 출렁임도 더 커지는 양상이다.
'2말3초'(제3지대 신당 통합 데드라인으로 본 2월 말, 3월 초를 일컬음), 민주당의 공천 악재가 걷히고 불현듯 해병대 일병 사망사고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출국금지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에 임명하는 등 여권에 몰아닥친 악재로 순식간에 여당의 지지세가 곤두박질쳤다.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국민들을 분노케 한 오만·독선·불통 이미지로 지지율은 더 추락한 듯하다. 그래서 민주당 200석까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읍소'로, 민주당은 '엄살' 작전으로 공수를 전환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이처럼 야당에 대한 높은 지지는 자력이라기 보다, 정부·여당의 실책과 피로감을 톡톡히 본 반사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선거판세가 각종 불법과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조국의 면죄부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선거판의 인심이다. 민심은 도도한 물결이라고 했다. 이제 그 시시비비는 국민의 현명한 한표로 결정해야 할 듯하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