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법 위반업체, AT 물량 낙찰
가격 안정용으로 대거 수익 추정
판매후 관리 권한 없어 대책 요구

평택시의 한 고춧가루 생산·판매업체가 최근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되자 이를 공급받은 업체들의 피해가 확산(4월3일자 7면 보도=납품 뚫은 '불량 고춧가루'… 교육청 검증은 없었다)하는 가운데 해당 업체가 공기업으로부터 비축농산물을 수년째 낙찰받아 온 사실이 확인됐다.

고춧가루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급 받아 영업하면서도 원산지 표시까지 위반해 부정수익을 올려 온 것으로 나타나자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불법행위를 부추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등에 따르면 AT는 농산물 수급불안에 선제로 대응하는 한편,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이를 위해 AT에선 저장성이 있는 건 고추 등 8개 농산물을 수매·비축해 놓고 있으며, 농산물의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맞춰 비축해 놨던 농산물을 제한경쟁입찰 등을 통해 방출함으로써 생산자 수익을 보전하고, 소비지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국산, 중국산 건 고추를 혼합한 고춧가루를 제조·판매하면서 원산지 표시를 100%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단속·적발된 A사 역시 고춧가루 가공업체를 대상으로 한 건 고추 입찰에 참여, 낙찰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 결과 A사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건 고추를 낙찰받았는데, AT에선 건 고추의 경우 김장철 등 시기에 따라 입찰 시 많게는 100여t, 적게는 10t 가량의 비축 물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A사가 이런 식으로 낙찰받은 국내산 건 고추와 중국산 건 고추를 섞어 시중에 판매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려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산 건 고추의 경우 시중에서 1㎏당 1만9천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AT가 비축했던 건 고추의 낙찰가는 보통 1만1천원 정도로 훨씬 저렴한 수준"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낙찰받은 국내산 건 고추와 절반 가까이 저렴한 중국산 건 고추를 섞어 팔았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익을 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AT 측은 비축 농산물을 판매한 이후에는 사후관리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원산지 표시 위반 등 위반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AT 관계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A사의 원산지 표시 위반사항을 확인했다"며 "비축 농산물 입찰 계약에 따른 세부 내역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건 고추를 낙찰받는 업체는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판매한 물량에 대한 추적관리나 조사, 처벌 권한은 없다 보니 위반행위를 사전에 알 방법은 없다"면서도 "(A사와 관련) 처분 결과에 따라 입찰 제한 등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상훈·김지원·한규준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