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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준 사회부 기자
'의대 증원'을 두고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와 학업을 멈춘 의대생 등을 향해 연일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의대 증원안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현장에서 만난 의료계의 입장도 강경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목표로 삼은 필수·지역의료를 죽일 거라 한다.

한 아주대 의대생은 "시스템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필수·지역의료 자원이 늘어난다는 건 허상이다.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의료뿐만 아니라 의료계 모두가 죽는 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양측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는 열악한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반면 의사 단체는 필수·지역의료의 인프라 부족은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의사가 필수·지역의료를 선택했을 때 겪는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법적 부담, 극한의 근무환경 등에 대한 정책 부재 때문이라 말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극명하게 갈리지만, 확실한 건 이 지난한 갈등 때문에 개선이 절실한 필수·지역의료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 우려되는 건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갈등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의정 갈등이 지속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의대 증원 논의가 무엇에서 시작됐는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의대 증원 규모, 전공의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등 갈등의 그림자에 가려진 '필수·지역의료 개선'을 전면으로 끄집어내야 할 때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강경하게 대응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는 접고, 나아진 필수·지역의료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