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의료계의 입장도 강경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목표로 삼은 필수·지역의료를 죽일 거라 한다.
한 아주대 의대생은 "시스템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필수·지역의료 자원이 늘어난다는 건 허상이다.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의료뿐만 아니라 의료계 모두가 죽는 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양측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는 열악한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반면 의사 단체는 필수·지역의료의 인프라 부족은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의사가 필수·지역의료를 선택했을 때 겪는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법적 부담, 극한의 근무환경 등에 대한 정책 부재 때문이라 말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극명하게 갈리지만, 확실한 건 이 지난한 갈등 때문에 개선이 절실한 필수·지역의료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 우려되는 건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갈등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의정 갈등이 지속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의대 증원 논의가 무엇에서 시작됐는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의대 증원 규모, 전공의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등 갈등의 그림자에 가려진 '필수·지역의료 개선'을 전면으로 끄집어내야 할 때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강경하게 대응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는 접고, 나아진 필수·지역의료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