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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에 위치한 조병창 병원 건물. /경인일보DB
 

인천시가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과 그 주변 지역의 사료(史料)를 미국·일본 등지의 기록물 보관소·박물관·연구소·도서관에서 수집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캠프 마켓 관련 기록물 발굴·보존사업'이 첫 성과를 냈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부터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49년까지 생산된 문서, 사진, 도면 등 829점을 모았다. 일본군과 주한미군이 부평 지역에서 군사 용도로 쓴 건물 구조·배치에서부터 부대 운용 실태, 한국인과의 관계 등 당시 부평 지역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기록물이 발굴됐다.

부평구 산곡동 일대가 외국 군대의 군사기지로 쓰인 건 1916년의 일이다. 농업회사(농장) 목양사로 쓰이던 땅을 조선총독부가 매입해 사격 훈련장으로 쓰기 시작했고, 1941년 일본육군조병창 가동이 시작됐다.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지 지형인 데다가 경성(서울)·인천항과 가깝고 철도·도로망 구축이 완료돼 있는 특성이 이곳을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주한미군이 이 시설을 그대로 받아 사용했다.

캠프 마켓 관련 기록물 발굴·보존 사업은 대한제국시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주한미군 주둔 시기 부평지역 역사의 '빈칸'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기 부평지역에서 생산된 사료는 국내외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작업은 의미가 크다. 부평지역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사(史)를 최대한 복원해 지역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드러난 '미군기지 내 코카콜라 공장'의 존재와 '한-미 친선 야구경기' 사료 등을 기반으로 한 추가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는 국방부와 캠프 마켓 반환 합의를 끝내고 토양오염 정화 작업을 거쳐 이 지역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곧 캠프 마켓 일대 공원 조성 계획의 밑그림이 담긴 종합계획(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캠프 마켓 개발 계획을 '시민 공론화'를 거쳐 확정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캠프 마켓 관련 기록물 발굴·보존 사업은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업 성과물이 인천시의 캠프 마켓 종합계획 수립과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더욱 풍부한 논의를 이끄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