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의무 없는 법 ● 허술한 녹취 지침 ● 정보 청구제 악용 


고소·고발 기관 자율, 적용력 낮아
'교권보호 4법'엔 의무 조항 담겨

'불가피한 경우 녹음' 현실성 지적
"무분별 진정·질의, 사기저하 극심"


김포시 공무원이 '좌표찍기'에 따른 민원폭주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악성민원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관련 법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장의 공무원들은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에 공무원 보호를 위한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기관 차원의 대응의무가 없어 결국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 4법'에 학교장 의무 조항이 담긴 것처럼 일반 공무원들을 위해서도 기관이 앞장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민원처리법에는 악성민원인 퇴거조치를 비롯해 업무 일시중단, 고소·고발 지원 등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조항으로도 악성민원을 어느 정도 제재할 수 있으나 '강제성 결여'로 현장 적용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공무원단체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의 민원응대 매뉴얼이 구체화하더라도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를 지금처럼 기관 자율로 맡겨놓는 한 악성민원 문제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이초 사건으로 거세진 교권보호 목소리에 따라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은 참고사례로 꼽힌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민원 처리를 학교장의 의무로 포함했으며, 교원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보호되도록 학교·학교장이 적절한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새로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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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공무원 사망 사건일지. /성옥희 기자 okie@kyeongin.com

통화녹음 등의 행동요령을 민원처리법에 상세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행안부 지침은 악성민원에 대한 통화녹음을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하는데, 일선 공무원들은 이 지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해왔다. (3월11일자 온라인보도=악성민원 막아줄 '통화녹음'… 하고 싶어도 못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빈틈도 살펴볼 지점이다. 공무원을 괴롭히거나 개인적 분풀이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반복하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발생하지만, 피해를 막을 만한 기관 차원의 대응방안이 현행법에는 부재하다.

김포시는 단순 진정·질의까지 정보공개청구에서 처리할 수 있게 규정한 공공기관정보공개법 제11조 제5항 삭제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20년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가 아니거나, 진정·질의를 가장한 무분별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민원처리법 범주에 들면 처리할 수 있게 법조항이 개정됐다"며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끊임없이 제기하는 악의적인 정보공개청구에도 일일이 결재를 받아 답변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업무 가중과 사기 저하가 극심하다"고 제도개선 추진 경위를 설명했다.

/조수현·김우성·변민철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