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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한 경제부 기자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4년만에 정부자 4·16 세월호참사 희생자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서장을 다시 만났다. 그때도, 지금도 인터뷰 목적은 4·16생명안전공원이다. 4년이란 시간의 흔적은 서로의 얼굴에 정직히 드러났다. 정 부서장은 그때보다 볼살이 홀쭉해졌고, 흰머리가 드문드문 보였다. 그도 내게서 이젠 대학생티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질문은 4년 전과 동일했다. '공원 조성을 일부 시민이 반대하는데 알고 있나', '꼭 화랑유원지에 조성해야 하는 이유는', '착공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데 가협의 입장은'. 질문하는 직업으로서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 물을 때 가장 뻘쭘하지만, 이보다 더 발전된 질문을 던질 순 없었다. 공원은 2019년 2월 화랑유원지 내 조성되기로 결정됐지만,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KDI 적정성 검토 검사를 받는 등 여러 차례 행정적 절차로 지연됐다.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는 4·16생명안전공원 부지가 보여주듯 10년 동안 추모와 애도, 안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변화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2022년 10·29 이태원참사와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반복되는 재난에 우리가 요구했던 안전 시스템은 오히려 애초부터 불가능한 행정이었는지 자조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도 안산 마을 공동체는 10년 동안 연대와 화합의 씨앗을 심어나가고 있다. 참사 직후 희생자 가족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봉사를 자발적으로 해왔던 이들 공동체의 활동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 화합을 위해 마을 문화제를 연다거나, 노인 돌봄과 은둔 가구 발굴 활동들이 대표적이다. 희생자 가족들로 조직된 4·16가족협의회 봉사단과 같이 지역사회 봉사도 하고 있다.

공업도시, 계획도시, 이주민의 도시 안산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의 도시가 됐다. 10년 동안 있었던 슬픔과 아픔, 분노와 갈등을 잊고 안전과 희망의 도시로 가기 위해 시민사회가 먼저 부단히 나아가고 있다. 세월호 이후의 세월호를 위해 이젠 정부도, 지자체도 호흡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김동한 경제부 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