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고양이와 함께 사체 수북
주거지 공개 거부하면 '속수무책'
오래 청소하지 않아 희뿌연 창에 모습을 드러낸 3마리 고양이들. 마치 "구해줘"라고 외치는 듯한 눈빛의 고양이들 뒤로 흰색 사체가 뭉개져 있다.
2층집 천장 사이 가득한 거미줄, 집앞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온갖 잡동사니들을 비집고 비릿한 악취가 습격해왔다.
이곳은 임대인이 "세입자가 동물을 학대하는 것 같다"며 동물권 단체 카라에 신고를 한 현장이다.
18일 오전 10시 도착한 포천 단독주택 안에는 피부가 다 벗겨진 흰색 페르시안, 털이 뒤엉킨 아메리칸숏헤어, 스코티쉬폴드 등 품종묘 5마리가 수많은 동족의 유골·사체와 생활하고 있었다.
임대인 유승근(53)씨는 지난 16일 배관공사 때문에 집을 찾았다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임대 당시(2018년) 고양이를 키운다고 해서, 밖에서 키우는 걸로 합의를 봤는데 6년 동안 집을 이렇게 쓰고 있을줄 몰랐다"며 "그저께 들어가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걸 치우는 것도 여간 문제가 아닐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은 명백했지만 수습은 쉽지 않았다. 관할 경찰서, 시청, 동물권 단체가 모두 출동했지만 사유지 주거침입 문제가 수습을 가로막았다. 해당 단독주택의 세입자 A씨는 임대인과의 통화에서 "누구 맘대로 그걸(집 안을) 확인하냐"며 "학대하거나 번식한 것이 아니다. 가만히 내버려 둬라. 경찰 조사 받고 내가 원상복구 하겠다"며 주거지 공개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 수습이 지체됐다. 앞서 17일 현장을 방문한 포천시청 관계자는 "학대 정황은 확인했지만, 아무리 동물보호법상 출입·검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소송 위험이 있는 건 맞다"며 "A씨와 이야기 나눈 결과, 소유권 포기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격리조치를 취할 예정이지만, 수사 과정도 얽혀있기에 정확한 일정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날 찾은 현장은 생존 고양이가 모두 품종묘로 추정된다는 점, 집 안에 여러 케이지가 쌓여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양이 불법 번식 및 출하가 의심된다.
이를 두고 카라 측은 "이게 바로 경매업과 반려동물 산업의 실체"라며 "한국형 루시법(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아무도 못들어가는 상황에서 집 안의 고양이들은 계속 학대받게 된다. 많은 동물 학대 현장들을 방문해봤지만, 그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