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번 주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단독회담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이미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야당 대표와의 협치 자체를 백안시한 원인도 크다.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를 실제의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정은 교착을 넘어 마비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된다. 더구나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도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회담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태원 참사 특별법,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등 민감한 쟁점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과거의 영수회담에서도 여야 영수가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경우도 많다. 이번 회담도 양측이 협치의 시늉만 내고 할 말만 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선거기간 중에 여야는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듯한 날선 발언과 비난 일색으로 증오와 저주의 언어를 쏟아냈다. 민생 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공방은 실종되고 자신의 진영의 지지에만 호소하는 정치 양극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08석 대 192석의 의석 구도는 집권세력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석 구도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도 국민의힘에서 몇 석만 이탈표가 나와도 가능하다.
일상적 여야 대치가 아닌 차원이 다른 대혼란과 변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20%대까지 추락했다. 일상적 여소야대를 넘는 비상한 정국이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야당도 의석만 믿고 강공 일변으로 나아간다면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방탄국회에 매몰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상호 사법적으로 예민한 의제보다는 민생과 경제, 안보 등에서 의견을 좁혀 나가야 한다. 특히 국무총리나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총리 추천 등의 제안을 하는 것도 상징적인 협치를 보이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나 야권연대가 192석의 의석을 무기로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단축의 개헌에 몰입한다면 또 다른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이번 회담이 진영화되고 양극화된 정치를 지양하고 정치의 본령을 복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갖기 바란다.